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2부(고법판사 조진구·김민아·이승철)는 14일 오후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박 전 처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박 전 처장의 증거인멸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은 윤 전 대통령·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 비화폰 단말기 내 통화내역 등 전자정보는 증거인멸죄의 '증거'에 해당한다"며 "박 전 처장은 이를 인식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의 증거인멸 행위로 인해 비상계엄을 둘러싼 윤 전 대통령 등의 형사사건에 관한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에 따라) 국가의 형사사법권 행사에도 지장을 초래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다만 △박 전 처장이 비화폰 사용자 계정 삭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지시하거나 주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은 점 △증거인멸의 적극적인 의도·목적을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약 30년 동안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해온 점은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됐다.
앞서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지난 5월21일 박 전 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의도를 함부로 추단할 수 없다"고 했다. 비화폰 삭제 조치가 보안 조치로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증거 인멸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사건은 2심으로 이어졌다. 특검팀은 2심에서도 원심 때와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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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처장은 계엄 이후인 2024년 12월6일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 김 전 청장 등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 및 승인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처장은 당시 오후 4시43분쯤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국회를 통해 일부 공개된 것을 문제 삼으며 비화폰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홍 전 차장의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 처리됐고,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역 등이 삭제됐다.
이런 조처는 홍 전 차장이 국정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 이뤄졌다. 박 전 처장은 '홍 전 차장의 소재 파악이 안 돼 비화폰 회수가 어렵다'는 조 전 원장의 말에 원격 로그아웃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전 처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된 바 있다. 해당 혐의에 대해 박 전 처장은 지난 9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에서 28일 항소심 선고기일이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