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상대로 화끈한 골 세례를 호언장담하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경기가 다가올수록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한국의 전력이 예상 외로 탄탄한 데다 공격의 출발점인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35·에스투디안테스)이 부상으로 빠졌고, 수비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마라도나 감독은 16일(한국시간) 프리토리아 로프투스 페르스펠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 바보처럼 공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빠르고 볼에 대한 집착이 강해 역습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메시에 버금가는 선수는 없지만 하나의 팀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모든 경기가 마찬가지지만 한국전 승리 가능성은 50대50”이라고 덧붙였다. 마라도나 감독은 13일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를 마친 후 “오늘 놓친 골 찬스는 한국과의 경기에 대비해 저축해 놓은 것이라 생각하겠다”며 한국전 골 폭격을 자신했었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Clarin)’의 다니엘 아베야네다 기자는 “한국전을 앞두고 수비 훈련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팀 관계자들로부터 한국 전력이 만만찮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마라도나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오른쪽 장딴지를 다친 베론이 결장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베론이 뛰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막시 로드리게스(리버풀)가 잘 막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론은 주장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메시의 수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패스가 예리하고 빨라 아르헨티나 공격의 출발점 역할도 맡고 있다. 베론은 활동량이 많지 않지만 패스가 예리한 반면 로드리게스는 활동반경이 넓고 공격 가담이 많다. 베론을 염두에 뒀던 한국으로서는 로드리게스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자칫 메시에게 시선을 뺏기면 로드리게스에게 공간을 내줄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진영에는 그리스전에서 30m 질주 끝에 쐐기 골을 뽑은 박지성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하다. 마라도나 감독은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가 나이지리아전에서 수비에 문제가 있었지만 조정을 마쳤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에서는 구티에레스 대신 수비력이 탄탄한 니콜라스 부르디소(AS 로마)를 투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라도나 감독은 마지막으로 86 멕시코 월드컵 때 ‘태권 킥’으로 악연을 맺은 허정무 감독에게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경기 전 상대 감독과 당연히 인사를 나눌 것”이라면서도 “한국을 존중하지만 발차기로 선수 생명을 위협하거나 다리를 부러뜨려서는 안 된다”고 비꼬았다.
프리토리아(남아공)=최원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