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베테랑 심판 앤서니 테일러(47)가 20년 넘게 이어온 심판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로이터통신은 22일(한국시간) "테일러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831경기를 관장한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엘리트 심판직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테일러의 마지막 경기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 포르투갈-스페인전이 됐다.
잉글랜드 국적의 테일러는 EPL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심판이다. EPL에서 16시즌 동안 활동하며 잉글랜드 1부리그 432경기를 관장했다.
각종 국내 대회의 우승팀을 가리는 결승전에도 여러 차례 배정됐다. 2017년과 2020년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이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리그컵 결승과 커뮤니티실드를 맡았고, 2018년에는 챔피언십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휘슬을 불었다.
국제무대 경력도 화려하다. FIFA 국제심판 명단에 14년 동안 이름을 올렸고, 2022 카타르 월드컵과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했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는 유로 2020과 유로 2024를 경험했고, 2022년과 2025년 FIFA 클럽월드컵에서도 활약했다.
테일러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에서 경기 종료 후 거칠게 항의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퇴장시킨 바 있다.
테일러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으로 호평받기도 했다. 유로 2020 덴마크-핀란드전에서 덴마크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갑자기 쓰러지자 상황의 심각성을 곧바로 파악해 경기를 중단하고 의료진 투입을 지시했다.
로이터 역시 테일러의 경력을 소개하며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심판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굵직한 경기를 많이 맡은 만큼 판정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선수와 감독은 물론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는 일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세비야(스페인)와 AS로마(이탈리아)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이다. 세비야가 승부차기 끝에 로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자, 당시 로마를 이끌었던 조세 무리뉴 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은 테일러의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무리뉴는 2026년 6월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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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부다페스트 푸슈카시 아레나의 VIP 주차장에서 테일러를 기다린 뒤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1분 가까이 거칠게 항의했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경기 관계자에게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한 혐의로 UEFA 주관 클럽대항전 4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테일러와 가족도 귀국 과정에서 로마 팬들에게 욕설과 위협을 받는 등 큰 고통을 겪었다.

테일러는 은퇴를 발표하면서 엘리트 심판으로 살아오며 겪었던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는 "엘리트 무대에서 심판을 맡은 것은 엄청난 영광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압박은 매우 거세고, 감시는 끊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물러나 내 경력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적절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