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선 엄준상(18)이 하룻밤 만에 결정을 뒤집은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엄준상은 덕수고 1학년 시절부터 타고난 야구 센스로 한국 KBO와 MLB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은 투·타 겸업 유망주다. 투수로는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변화구 습득력도 남달라 선발 투수로서 활약이 기대됐다.
강견과 남다른 손가락 감각은 야수로서 더 빛을 발했다. 발이 크게 빠르지 않음에도 강한 어깨와 매끄러운 수비 동작으로 프로 무대에서 유격수 수비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자로서도 빠른 스윙 스피드와 일발장타력을 갖춰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2학년이던 지난해 '2025 퓨처스 스타대상' 미래스타상을 수상했다. 또한 하현승(18·부산고), 김지우(18·서울고)와 함께 올해 9월 열릴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다툴 빅3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엄준상은 지난달 17일 MLB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15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직행을 선택했다. 엄준상이 받은 150만 달러는 1999년 성균관대 김병현의 225만 달러, 2001년 덕수고 류제국의 160만 달러에 이은 역대 한국인 아마추어 계약금 3위 기록이다. 애리조나의 파격적인 대우에 KBO 구단 관계자들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
금액이 다는 아니었다. 22일 경북 포항생활체육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엄준상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내게 150만 달러를 제시한 건 그만큼 내게 가능성을 봤고, 나를 좋은 선수로 평가했다는 뜻으로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애리조나에서 나를 꼭 데려가고 싶다는 진심을 보여줬고, 어차피 메이저리거가 꿈이라면 앞으로 이겨내야 할 선수들을 먼저 만나 경쟁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KBO 리그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올해 초만 해도 엄준상은 KBO 전체 1순위를 목표로 했었고, 실제로 애리조나의 오퍼를 거절했었다. 엄준상은 "최종 결정은 6월 초에 내렸다. 4월부터 오퍼가 들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했다. 그러다 서울컨벤션고와 주말리그 경기(6월 6일)가 열리기 전날, 애리조나에 안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경기를 준비하는 데도 계속 미련이 남았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미국 무대는 나중에 도전하지 못할 수도 있는 곳이고, 도전할 수 있을 때 해야 후회가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6월 6일) 다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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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테스트와 계약을 위해 건너간 미국 애리조나 구단의 환경은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했다. 유격수 헤라르도 페르도모와 수비, 일데마로 바르가스와 타격 훈련을 같이 했고 골드글러브 3루수 놀란 아레나도와 이야기를 나눴다.
엄준상은 "직접 가봤는데 시설이 정말 좋았다. 그라운드 상태도 워낙 좋아서 수비 훈련을 하면서 한 번의 실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라운드에서 수비 하면 더 재미있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적응을 위해 열심히 언어 공부를 하려 한다. 나부터 먼저 현지 사람들에게 말을 많이 걸며 익숙해지려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진출을 확정 지은 후에도 캡틴 엄준상은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 등 남은 전국대회를 덕수고와 함께한다. 이날 엄준상은 포항생활체육구장에서 열린 마산용마고와 제6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2회전에서 3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덕수고의 10-5 승리를 견인했다.
양 팀은 포항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26안타를 주고받는 4시간 20분의 혈투를 벌였다. 엄준상은 1회말 1사 2루에서 좌익선상 1타점 적시 2루타로 선제점을 뽑았다. 3회초 1사에서는 좌중간 2루타로 4득점 빅이닝의 서막을 알렸다. 그는 "지금 내 신분은 고등학교 선수고, 덕수고 소속이다. 남은 기간에도 팀에 맞춰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학생답게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