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즌 두 자리 승수는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혹은 간절하게' 바라는 목표일 것이다. 여기에 매시즌 누가 가장 먼저 10승에 도달하느냐에도 관심이 모아지곤 한다.
'시즌 10승 선점'은 다승왕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팀당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11년간 10승 선착 투수가 최종 1위(공동 포함)를 차지한 시즌은 8번 있었다. 확률 72.7%다.
올 시즌 다승 레이스에서는 전반기까지 임찬규(LG)와 올러(KIA), 최민석(두산)이 나란히 9승으로 1위를 달렸다. 과연 누가 후반기 첫 등판에서 승리를 추가해 10승 고지를 먼저 밟을지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 세 명의 투수는 모두 승리를 보태지 못했다. 올러는 16일 SSG전과 22일 한화전에서 잇달아 패배를 떠안았다. 임찬규도 18일 KT전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최민석은 17일 NC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2-0으로 승리 요건을 갖추고 물러났으나 팀이 9회말 동점을 허용해 승패를 남기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8승으로 공동 4위에 올라 있던 투수들도 부진하거나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16일 출격한 톨허스트(LG)와 곽빈(두산)은 패전을 당했고, 18일 구창모(NC)와 19일 류현진(한화)은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결국 전반기까지 8승 이상을 올린 다승 부문 상위 7명의 투수가 모두 후반기 등판에서 승리를 추가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반면 양창섭(삼성)과 알칸타라(키움)는 1승씩을 보태 시즌 8승으로 공동 4위 그룹에 합류했다.

아울러 만약 최민석과 임찬규가 오는 25일까지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면 KBO리그 45년 역사상 가장 늦은 날짜에 시즌 10승 투수가 나오게 된다. 그동안엔 2004년 레스(당시 두산)와 배영수(당시 삼성)가 7월 25일 10승에 도달한 것이 가장 늦은 기록이었다. 그해 둘은 나란히 17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매년 개막일과 팀 경기수에 차이가 있긴 했지만 올 시즌은 이례적으로 10승 달성이 늦어지는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월 5일에 정규시즌을 시작한 2020년에도 알칸타라(당시 두산)가 7월 21일 10승 고지에 선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