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연이 1번 타자라고?"
상대 선발 라인업을 전해 들은 이강철(60) KT 위즈 감독이 화들짝 놀랐다. 이호연(31·KIA 타이거즈)의 시즌 타율이 0.256이라 놀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잘 아는 옛 제자라서 더 껄끄러웠다.
KIA는 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KT와 홈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이날 KIA는 이호연(2루수)-박재현(좌익수)-김도영(3루수)-해롤드 카스트로(1루수)-나성범(우익수)-김선빈(지명타자)-김호령(중견수)-김태군(포수)-하주석(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제임스 네일.
당초 박재현과 이호연 순으로 테이블세터를 구성했으나, 경기 전 둘의 타순이 뒤바뀌었다. 박재현이 훈련 중 이범호 KIA 감독에게 "저 2번도 자신 있습니다"라고 말한 게 계기였다. 이 감독은 최근 두 선수의 타격감과 분위기 전환까지 고려해 이호연을 1번으로 올렸다.
올 시즌 이호연의 성적만 놓고 보면 파격적인 리드오프 카드처럼 보인다. 17경기 타율 0.256(39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OPS 0.844.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르다.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0.318(22타수 7안타)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광주 롯데전에서는 9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만루홈런까지 터뜨렸다.

그 소식에 다름 아닌 반대편의 이강철 감독도 놀랐다. 그러더니 이호연 특유의 몰아치기를 떠올렸다. 이강철 감독은 "(이)호연이가 딱 한 번씩 기가 막히게 칠 때가 있다. 1년에 두세 번 정도 그런 시기가 온다"며 "그때는 정말 잘 맞는다. 지금이 그 시기인가 보다"라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옛 제자의 타격 사이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강철 감독이다. 이호연은 2023년 5월 심재민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KT로 이적했다. 이후 3시즌 동안 KT에서 내야 백업으로 뛰며 144경기 타율 0.276(323타수 89안타) 4홈런 25타점, OPS 0.686을 기록했다.
평범해 보이는 성적 속에 임팩트도 남겼다. KT에 합류한 첫해였던 2023년 7월에는 13경기 타율 0.357(28타수 10안타)을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2025년에도 32경기 타율 0.343(70타수 24안타)으로 많지 않은 기회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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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으면서 이 감독과 적으로 만나게 됐다. 그러자 이강철 감독에게 뜻밖의 후유증이 생겼다. 이강철 감독은 "이제 트레이드를 해보니까 투수는 주더라도 야수는 웬만하면 주지 말아야겠다"고 말문을 띄웠다.
농담처럼 시작했지만, 이유는 꽤 현실적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보통 3연전에서) 투수는 선발이면 한 번 나오고, 불펜도 많이 나와봐야 이틀 정도다. 그런데 야수는 계속 나온다"라며 "(트레이드한 선수가) 어떻게 치는지 다 알고 있는데 상대 팀 입장에서 계속 보고 있으니까 미치겠다. 3일 내내 나온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오랫동안 함께한 선수일수록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 오히려 상대할 때 더 신경이 쓰인다는 설명이었다. KT는 그동안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신본기, 조용호, 김준태, 오윤석, 이호연 등 외부에서 데려온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했고 실제로 성과도 냈다.
그만큼 떠나보낸 선수와 다시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최근엔 강백호, 심우준이 그 대상이다. 이 감독은 "필요해서 데려왔으면 써야 한다"면서도 "야수는 매일 상대해야 하니까 다르더라. 다른 팀으로 만나니까 무섭긴 무섭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친정팀을 상대로 유독 힘을 내는 선수들까지 겹치면 감독 입장에서는 더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호연은 상대하기 더 묘한 선수다. 언제 잘 치고, 언제 타격감이 올라오는지 알고 있기 때문.
공교롭게도 이날 이호연은 최근 10경기 3할이 넘는 타격감을 등에 업고 KT를 상대로 생소한 1번 타자 자리까지 꿰찼다. 이범호 감독에게는 선수들의 기분 전환을 위한 리드오프 카드였지만, 이강철 감독에게는 유난히 신경 쓰이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