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를 만나면 꼭 이기고 싶어요."
레슬링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아버지와 올림픽 배구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의 막내딸이 언니들의 뒤를 이어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선명여고 아웃사이드 히터 박은빈(18)이 V리그 역사상 최초로 세 자매가 모두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되는 진기록을 완성했다.
박은빈은 2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6~2027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GS칼텍스의 1라운드 전체 7순위 지명을 받았다.
이로써 박은빈은 큰언니 박은서(23), 둘째 언니 박은지(22)에 이어 나란히 프로배구 1라운드 지명자가 됐다. 박은서는 2021~2022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선택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세터 박은지가 2022~2023시즌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에 입단했다. 현재 박은서는 SOOP 수퍼스, 박은지는 포항시체육회 배구단에서 뛰고 있다.
세 자매가 차례로 1라운드 지명이라는 영예를 안은 것은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가족의 이력부터 남다르다. 아버지 박우 씨는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97㎏급 동메달리스트다. 어머니 어연순 씨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자배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었고 현재는 KOVO 심판위원을 맡고 있다.

드래프트 직후 취재진과 만난 박은빈은 "아직 많이 부족한데 1라운드에서 빨리 뽑아주신 GS칼텍스에 정말 감사하다"며 "내가 운동선수 집안의 마지막 주자다 보니 가족들이 많이 응원해 주기도 하고 걱정도 해주셨다. 그래도 잘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웃었다.
세 자매 최초의 기록에 대해서도 "드래프트에 나오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세 자매가 모두 1라운드에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큰 언니는 긴장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했다. 작은 언니도 응원해 줬다. 어머니는 평소 배구를 하면서 어려운 부분이나 모르는 것이 생기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흥미롭게도 박은빈이 처음부터 공격수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둘째 언니 박은지처럼 세터가 되고 싶었다. 박은빈은 "사실 세터를 하고 싶었는데 키가 훌쩍 커버리는 바람에 자동으로 공격수가 됐다"며 "어릴 때 3년 동안 1년에 10㎝씩 컸다. 지금은 공격수가 된 것이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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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박은빈은 "2학년이 되면서 공격수 언니들이 많이 졸업했다. 내가 공을 때릴 기회가 많아졌고,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면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영택(49) GS칼텍스 감독도 그 성장세에 주목했다. 이 감독은 "박은빈은 공격력이 좋고 신체조건도 괜찮다. 2학년 때부터 실력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언니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언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장의 활약보다는 장기적인 육성에 무게를 뒀다. 이 감독은 "어깨 쪽에 약간의 부상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기용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몸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성장시킬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이날 2라운드 전체 8순위로 선명여고 아웃사이드 히터 오해솔(18)까지 품었다. 지난해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에서 두 동기생이 나란히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 감독은 "두 선수 모두 우리 지명 리스트에서 상위에 있던 선수들"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오해솔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굉장히 좋게 봤던 선수다. 하지만 2학년 때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1년의 공백이 있었다. 현재 경기력에서는 박은빈이 조금 더 낫다고 판단해 먼저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박은빈에게는 프로에서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꿈이 있다. 바로 언니들과 같은 코트에서 맞대결하는 것이다. 그는 "은서 언니와 나이 차이가 있어 한 번도 같은 코트에 서본 적이 없다. 언니들은 연년생이라 서로 경기할 때마다 이기겠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나는 그러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됐다"며 "언니들을 만나면 꼭 이기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