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라고, 이겼잖아."
생애 첫 한국시리즈(KS) 등판에서 아쉬움을 남긴 KT 위즈 김정운(22)이 선배들에게 뜻밖의 위로를 받았다. 실점에 자책하던 후배에게 돌아온 건 따끔한 질책이 아닌 승리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한마디였다.
김정운은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 첫 등판을 돌아봤다.
KT는 3일 열린 1차전에서 삼성을 8-7로 꺾었다. 6회까지 8-0으로 앞섰지만, 7회 5점과 8회 2점을 허용하며 한 점 차 진땀승을 거뒀다. 결국 마무리 박영현(23)이 8회 1사 만루부터 등판해 1⅔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김정운에게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7회초 KT가 8-3으로 앞선 2사 2, 3루 상황에서 손동현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이재현에게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8회에도 선두타자 박승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오원석과 교체됐다.
최종 성적은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이었다. 김정운은 "잘 던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오늘 또 나가게 된다면 어제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등판 시점이 당황스러웠다. 김정운은 "다음 타자 때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볼카운트가 진행되는 도중 올라가게 돼 당황했다"며 "막상 올라가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내 공을 던지려고 했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런 후배를 달래준 건 KT 베테랑 선배들이었다. '경기 후 어떤 이야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김정운은 "내가 못 던진 건 못 던진 것이지만, 어차피 경기는 이겼으니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선배님들도 '어쩌라고, 이겼잖아'라는 식으로 말씀해 주셨다"고 전했다.

정작 김정운은 긴장감이 부족했던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긴장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긴장이 안 돼서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조금의 긴장은 필요한 것 같다. 좋은 긴장감은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 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도 뒤에 좌타자들이 많아 내게 한 타자만 깔끔하게 막아달라는 생각으로 올리셨을 것이다. 그 타자를 막지 못하고 상대에게 기세를 넘겨준 것이 가장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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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정운에게 한국시리즈 무대는 시즌 초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자리였다. 대구고 졸업 후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에 입단한 김정운은 데뷔시즌 5경기 등판 뒤 올해 전까지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온 뒤 올해도 8월까진 7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9월 확장 엔트리에 올라온 뒤 17경기 평균자책점 2.50으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으로 자리를 비운 박영현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마침내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한국시리즈에서 맞이했다. 김정운은 "캠프 때나 시즌 초에는 솔직히 상상도 못 했던 자리다.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리고 싶다"면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꿈꿨던 장면도 있었다. 김정운은 "주자가 있는 상황이든 위기 상황이든 마운드에 올라가 잘 막아내고,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내려오는 모습을 계속 상상했다"고 밝혔다.
첫 등판에서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운은 "어제까지는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래도 처음이어도 잘 던져야 하는 것은 맞다"며 "이제는 더 좋은 모습, 더 잘하는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