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민銀 딜링룸서 세계와 소통하다

[르포]국민銀 딜링룸서 세계와 소통하다

이윤정 기자
2007.12.03 16:30

숨가쁜 환전쟁 속 냉정한 딜링 전략.. '牛步千里' 인상적

이 기사는 12월03일(16:1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미디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30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외화자금부 딜링룸. 월말이라 밀려드는 거래 주문으로 정신이 없었다. 딜러들은 5개 모니터를 보며 전화와 메신저를 비롯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암호와 같은 숫자를 듣고 딜링을 하고 있었다.

딜링룸의 바쁜 풍경 속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김태완 국민은행 FX SPOT팀 과장 모니터 상단에 붙어 있는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포스트잇이었다.

1-2초1-2원의 환율과 싸우는 딜러의 삶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문구 같았지만 자신의 감을 믿고 어느 정도의 환율 차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외로운 딜러들의 삶이야 말로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라는 우보천리의 뜻과 잘 맞았다.

김태완 과장은 "외환시장이 여러 나라의 통화가 거래되는 곳인 만큼 24시간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시장이 OTC(장외시장)와 거래소로 나뉘어져 있다며 각 시장을 이용한 외화 거래를 보여줬다.

장외시장에서는 채팅형식으로 전세계 딜러들이 1:1로 매수/매도 주문을 처리하고 있었다. OTC 전산망에 'JPY 5 Quote Pls.'라는 주문을 넣으면 다른 쪽에서 36/38 이라는 답을 보낸다.

OTC의 기본 통화는 달러로 'JPY 5 Quote Pls'는 5백만 달러에 대한 엔/달러 환율을 제시해달라는 의미이다.

이 메시지를 본 딜러는 sell/buy의 환율을 제시하는데 이때 환율은 뒤 두 자리만 표시한다. 제시한 환율을 보고 매수/매도 여부를 결정, 딜이 성사되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 만큼 딜러들의 순간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에서는 대부분의 달러 매도/매수 주문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리는 국내 외환시장을 통해 처리하고 있었다. 딜링룸은 스왑팀을 비롯 기업 및 타 지점들의 주문 요청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딜링룸 내부에서 외환딜러에게 매수/매도 주문을 요청할 때는 시간단축을 위해 환율 앞 두 자리도 생략해서 외친다.

"8.2 오퍼 5"는 원/달러 환율 928.2원에 5만달러 매도 주문을 요청하는 것이다. 주문이 모두 완료되면 외환딜러는 "all done"이라고 외치고 만약 2만달러만 완료되었으면 "2 sell, 3 working"이라고 답한다.

고윤진 FX SPOT팀 대리는 "외환시장 마감 10분 전이 주문이 가장 몰리는 시간"이라며 "환율 추이를 관망하던 물량들이 이 때 대거 몰린다"고 했다. 특히 30일은 월말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 처리 등으로 마감 1초 전까지 주문 요청이 쇄도했다.

이 날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로 초반 8.9를 외치다 마지막에는 1.2까지 환율이 밀렸다. 김태완 과장은 FRB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이 계속 예상된다고 했다.

김과장과 고대리에게 각자 현재 달러 포지션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국민은행은 딜러의 개인 포지션에 대해 내부적으로 일정 한도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는 마음대로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김과장은 "딜러의 베팅 성격에 따라 크게 스캘퍼(Scalper)와 포스팅 트레이더 (Posting Trader)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스캘퍼'는 일일 환율 등락에 대응하며 수익을 올리는 유형이고 '포스팅 트레이더'는 장기 환율 흐름을 타면서 딜링을 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완 과장은 "'포스팅 트레이더' 방식으로 포지션 관리를 하고 있다"며 "올 해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귀띔했다. 김태완 과장의 딜링 방식은 그의 인생 모토인 '우보천리'와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고윤진 대리는 만약 손실을 보면 다음 날 본인 포지션에 대한 딜링은 쉬고 환율을 관망한다며 자신의 포지션 관리 방법을 소개했다.

국민은행은 지정된 외환딜러 외에는 딜링 업무를 다른 사람이 처리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김태완 과장은 "외환딜러가 국내와 국외를 소통하는 창구라고 할 수 있다"며 "은행은 그 창구를 투명화하고 단일화시키기 위해서 이같은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완 과장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시장 특히 금융의 심장부인 미국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며 "주중에는 항상 새벽 3시에 잠에서 깨어나 미국 마감 시장을 점검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서 국제 금융 시장의 선두에서 각국 통화를 다루고 있는 외환딜러들의 책임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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