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이 어려운데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최근의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내부 반발은 있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어요."
지점장 A씨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휘몰아쳤던 상황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선배와 후배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고 이들은 소중한 인력"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언젠가는 구조조정을 해야될 시기가 오고 지금이 그 시기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현재의 구조를 지탱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며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더 시간을 끌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증권사의 문제보다는 시장 환경 악화, 규제 강화, 거래대금 축소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지점에서 근무하는 B대리는 "업무 효율화를 위해선 슬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일해왔던 직원들 가운데 비용도 많이 나가고 일은 안 하는 직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부장급 한 사람 비용으로 사원 3명 혹은 대리 2명 정도를 고용할 수 있다면 조직을 정비하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도 육아를 이유로 퇴직을 신청한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직원을 제외하면 40대 부장급에서 구조조정이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지원담당 C상무는 이들에 대해 크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그는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직원들이 준비과정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내몰린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자라는 걸 분명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견디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한 증권사들은 퇴직자들이 일정 기간동안 영업전문인, 투자권유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만족스러운 급여 수준은 아니다. C상무는 "이분들은 단기계약직이어서 기본급만 받게 된다"며 "그래도 갑자기 나가는 것보다는 일정 기간 완충작용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바람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곳에서는 다소 안정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느 직원은 "희망퇴직 신청 기간 동안에는 내가 구조조정 대상자에 오른 것은 아닌지 혹은 내 주위에 앉아있는 동료가 퇴직을 신청한 건 아닌지 신경 쓰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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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을 겪으며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한 직원은 "사장님이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하는데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며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마음 아파하는 것이 느껴져 다들 숙연해졌다"고 말했다. 윗선에 대한 신뢰가 생기자 구조조정 후에 남은 사람들끼리는 단합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반면 타 증권사 직원은 "소위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사장님이 인정사정없이 사람을 자르는 것 같더라"며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씁쓸한 뒤끝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