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 회사가 BMW 시총도 넘어선 이유

요가복 회사가 BMW 시총도 넘어선 이유

구유나 기자
2020.08.23 12:33

[종목대해부]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증시에서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의류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옷 쇼핑하러 가는 사람도 많지 않을뿐더러, 정부의 락다운(lockdown·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매장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요가복 업체 '룰루레몬 애슬레티카'(Lululemon Athletica·이하 '룰루레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6월까지도 전 세계 489개 매장 중 194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그런데도 룰루레몬 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138.98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21일 종가 기준) 368.75달러다. 무려 165% 급증한 숫자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1월 대비로도 58%가 뛰어올랐다.

룰루레몬 주가는 당장의 실적보다도 성장 기대감 때문에 오르고 있다. 스포츠 의류와 피트니스 업계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지금 룰루레몬을 사는 건 1994년에 나이키를 사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룰루레몬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파사데나 매장 사진. /AFPBBNews=뉴스1
룰루레몬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파사데나 매장 사진. /AFPBBNews=뉴스1

비싸도 잘 팔리는 '애슬래저룩'의 원조

1998년 칩 윌슨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룰루레몬을 창업했다. 요가할 때 입던 운동복이 너무 불편해서 창업한 만큼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대나무 추출물 등의 고급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땀 흡수, 피부 마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원단을 개발했다.

룰루레몬은 하루 종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운동복, 즉 '애슬래저룩' 유행을 이끌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집 앞 1마일(약 1.6㎞)이 안되는 가까운 곳을 나갈 때 즐겨 입는다고 해서 '원마일 웨어'(1 Mile Wear)로도 이름 붙여졌다.

기능이 뛰어난 만큼 고가에 판매된다. '요가복 업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이유다. 대표 제품인 레깅스는 하나에 80달러~100달러 수준이다. 타사 제품보다 20~40% 정도 비싸다. 그 결과 매출총이익률은 50%를 넘어 40%대인 동종업계 대비 높은 편이다.

판매처도 제한적이다. 매출의 90% 이상이 직영점 등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판로를 통해 나온다. 웬만해서는 룰루레몬 제품을 도매상점 진열대에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2000년대 들어 실적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20억달러 수준이던 매출은 2019년 두 배 수준인 39억7930만달러까지 늘었다.

다만 주가는 오랜 기간 횡보했다. 룰루레몬은 2007년 미국 나스닥과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 상장 후 주가가 오랫동안 100달러를 넘지 못했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룰루레몬은 대다수의 오프라인 소매업체들과 다르게 매장을 단순 판매처가 아닌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는 등 경험의 공간으로 꾸미는 전략으로 빠르게 고객을 늘려갔다.

캐나다 밴쿠버 스탠리파크에 간이 텐트를 설치하고 진행 중인 룰루레몬 요가 수업. /AFPBBNews=뉴스1
캐나다 밴쿠버 스탠리파크에 간이 텐트를 설치하고 진행 중인 룰루레몬 요가 수업. /AFPBBNews=뉴스1

실적 부진에도…'디지털'에 거는 기대

지난 1분기(1월 결산법인 기준 2~4월)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망스러웠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한 6억5000만달러, EPS(주당순이익)는 70.3% 줄어든 0.22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각각 5.7%, 4.3% 하회했다. 지난 6월1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8.4% 급락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점포 폐쇄로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빈 자리를 D2C(Direct to Consumer), 즉 온라인 판매가 채웠기 때문이다. 1분기 매출 중에서 직영점 판매는 48.7%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은 70% 늘었다.

실적 발표 후 시티그룹은 목표주가를 기존 230달러에서 340달러로 상향했다. 폴 레주에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1분기 (점포 폐점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낸 거의 유일한 소매업체"라며 "업계에서 매우 드문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소매의 종말'을 이겨낼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이커머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이커머스 업체들의 선전으로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영업하던 소매업체들이 점포 수를 줄이거나 파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미러'를 이용 중인 고객. /사진=룰루레몬 홈페이지
'미러'를 이용 중인 고객. /사진=룰루레몬 홈페이지

제조업체에서 콘텐츠 플랫폼으로

룰루레몬이 지난 6월29일 홈 트레이닝 스타트업 '미러'(Mirror) 인수를 발표한 것도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발표 당일 주가는 6%나 올랐다.

미러는 디지털 거울을 통해 운동 강좌를 보면서 따라할 수 있는 기기다. 가격은 1495달러. 기기보다는 이를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운동 콘텐츠가 주력이다. 월 구독료 39달러를 내면 요가, 필라테스, 발레, 복싱 등의 강좌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고 추가 비용을 내면 1대1 수업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룰루레몬이 플랫폼 업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지금까지 룰루레몬은 매장을 오프라인 플랫폼 삼아 요가, 명상 등 다양한 행사를 벌여왔지만 대부분이 무료라는 한계가 있었다. 수익 창출보다는 홍보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미러는 룰루레몬의 온라인 플랫폼이 되어 고객들을 붙잡아 둘 수 있다. 단일 소비재 품목 위주였던 매출에 반복적인 콘텐츠 매출을 더할 수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매튜 맥클린톡 애널리스트는 "미러는 룰루레몬이 더 넓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고객들을 만날 수 있게 도울 것"이라며 "2023년 기준 룰루레몬의 EPS에 50센트를 더하는 효과"라고 전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룰루레몬 매장. /AFPBBNews=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룰루레몬 매장. /AFPBBNews=뉴스1

'고밸류'와 '펠로톤'은 우려 요소

룰루레몬은 2023년까지 10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대비 4배 규모다. 하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으로 인해 회사 측이나 증권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실적 전망은 유보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마켓비트에 따르면 룰루레몬을 커버하는 33명의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은 23명이 '매수', 10명이 '유지'다. 하지만 평균 목표주가는 308.61달러로 현 주가보다 19% 낮게 형성됐다.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현 주가가 너무 높다는 것이 공통된 우려다. 현재 룰루레몬의 PER(주가수익비율)은 83.53배로 1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기준 480억달러(57조원)로 독일 자동차업체 BMW(436억달러·52조8600억원)보다 많다.

이현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는 3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며 매출 턴어라운드 시점은 4분기로 예상한다"며 "과거 밸류에이션 상단을 넘어 가격 부담은 존재하지만 중장기 성장 트렌드는 지속될 전망으로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러 인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012년 창업한 경쟁사 '펠로톤'(Peloton) 때문이다. 펠로톤은 자전거와 러닝머신(트레드밀) 등의 운동 기구에 모니터를 부착해 이를 통해 운동 콘텐츠를 제공한다.

미러와는 목표 시장이 겹칠 수 밖에 없는데 이미 펠로톤이 고객을 선점한 상황이다. 심지어 고객 재가입률은 93%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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