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설정 등 조사방법 한계" 2년째 뒷짐...美SW단체에 조사 의존
정부가 자체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 통계조사를 2년째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SW 이익단체의 복제율 통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통상교섭에서 열세가 예상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SW 불법복제율 조사통계 방법론을 개발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저작권위원회는 앞서 옛 정보통신부 산하 프로그램심의위원회 시절 설문조사와 검경의 SW 불법복제 단속 적발률을 통해 자체적인 SW 불법복제율을 산정, 발표해왔다. 그러나 모집단이 충분치 않은 데다 SW 불법복제 단속이 고소·고발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이뤄져 복제율 역시 널뛰기하는 만큼 조사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세계 SW저작권단체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해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의뢰해 각국의 불법복제율을 조사해 발표해왔으나 정부통계와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실제 2008년의 경우 정부가 조사한 SW 불법복제율은 23.4%인 데 반해 BSA 조사는 43%로 20%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새로운 SW 불법복제율 조사방법론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표본설정에서 조사방법론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모두 정확한 실태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고민중"이라며 "올해 다시 용역을 통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 공식 SW 불법복제율 수치는 업종단체인 BSA 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제는 BSA 조사가 그동안 미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 통상협상시 우리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근거자료로 활용돼왔다는 점이다. USTR는 이를 통해 2009년까지 우리를 지재권 감시대상국(WL)로 지정해왔다. 때문에 대항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SW저작권 정책이 BSA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해 국내 불법복제율을 2012년까지 BSA가 조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3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BSA가 발표한 2009년 기준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41%로 OECD 31개 회원국 중 22위다. 피해규모는 5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BSA 조사 역시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BSA로부터 의뢰를 받는 IDC는 2004년부터 △PC제조사를 통해 해당 국가에 판매된 전체 PC대수 △PC 1대당 평균 설치 SW대수(나라별 표본조사) △BSA회원사인 MS·어도비·오토데스크 등 다국적 SW기업들의 한국 내 판매액 △판매된 SW당 가격 등의 요인을 일정한 공식(블랙박스)에 대입해 불법복제율을 산출해왔다.
그러나 BSA는 한국 내 표본조사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IDC 조사는 가정에서 개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사적 복제를 허용하는 국내법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새 유례없는 불법SW 단속이 이뤄졌지만 불법복제율이 여전히 40%대를 웃도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SW 불법복제율은 국가간 저작권 통상협상이나 조약체결에 중요한 기초자료인 데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독자조사를 포함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