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S 폐지 현황 및 과제 정책토론회

PBS(연구과제 중심제도) 폐지 이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방향성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와 연구현장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PBS 폐지 현황 및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연구자 대표들은 정부가 제안한 PBS 폐지 이후 대책을 두고 "연구자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자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비롯해 출연연 기관장이 참석했다. 연구자 측 대표로는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출연연 연구자 인건비를 확대 보장할 방침이다. 외부 과제를 수탁해 인건비를 채우던 PBS 제도가 폐지된 만큼, 정부가 인건비를 보장해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전략연구사업'이 신설됐다. 국가전략기술을 각 출연연 별 고유 임무와 연결해 대형 성과를 내는 사업이다. 올해 77개로 시작한 전략연구사업은 내년 40여개 신규 사업을 추가하며 본격화한다. 내년부터는 전략연구사업에 포함된 인건비도 모두 기관운영비 내 인건비로 통합된다. 기관운영비로 연구자 월급을 보장하고, 사업 예산은 순수 연구비로만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략연구사업이 또 다른 내부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예전에는 개인이 경쟁을 통해 과제를 수주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기관 차원의 경쟁을 벌인 뒤 다시 기관 내에서 (경쟁을 통해) 연구자 별 예산을 나누는 이중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수당과 연계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수탁 과제 규모에 연동돼 임금 성격이 강했던 연구수당이 PBS 폐지 이후 '성과 평가'에 따른 차등 지급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기관 내 평가에 따라 우수한 연구자는 많은 성과급을 가져가게 되는데, 여러 연구 분야 중 일부만 전략연구사업에 선정되는 만큼 그렇지 않은 분야는 자연스럽게 성과에서 소외될 것이란 시선이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속 한 연구자는 "ETRI는 연구수당을 인건비 형태로 지급해 온 기관인데, 연구수당을 성과급으로 바꾸면 수당이 '0원'인 연구자가 반드시 나온다"며 " 빅테크·대기업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인재 영입 경쟁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연구수당이 있어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출연연은 기업이 하지 않은 연구,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연구를 하는 인프라적 성격이 강한데, 정부가 먼저 연구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자체가 자율성과 충돌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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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들은 우선 임무에 집중하되, 방향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오상록 KIST 원장은 "젊은 연구자들은 새 체계에서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을까를 가장 걱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출연연은 분명히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고, 그 임무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찾고 녹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단 한 번의 정책으로 모든 출연연이 만족할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우선 큰 틀을 제시하되, 각 출연연이 기관별 특성을 고려해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들여 제도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