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대학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환아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경찰이 진료 중이던 해당 센터를 압수수색하자,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다른 환아들의 진료권을 훼손하고 진료를 위축시키는 수사 방식"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1일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성명에서 "최근(두 달 전) 청색증으로 소아응급센터에 내원해 치료를 받던 환아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비통한 마음을 안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9월30일 수사기관이, 한창 진료가 이어지고 있던 소아응급센터 현장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참담함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학회에 따르면 이날 A대학병원 소아응급센터에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찾아왔다. 당시 소아응급센터에선 경련을 일으킨 생후 6개월 영아 등 응급환자들이 진료받고 있었는데, 경찰이 진료용 컴퓨터로 자료를 확인하는 동안 의료진은 다른 자리로 옮겨 처방을 내야 했다. 압수수색은 소아청소년과 외래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대상엔 의사·간호사 당직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회는 당직표 등 병원에 요청해 제출받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진료 중인 응급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과도하다고 입장이다.
학회는 "진료 중인 응급실 내 압수수색 수사는 다른 환아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소아응급센터는 몇 초만 지체돼도 아이의 생사가 엇갈리는 특수 진료 구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수사 인력의 방문과 현장 집행 과정은 필연적으로 현장 의료진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진료 흐름을 저해한다"며 "이는 응급 처치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중증 응급 환아들의 치료 지연과 안전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선의 응급진료를 잠재적 위법으로 전제하는 수사 관행은 필수 소아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학회는 "소아 중증 질환은 의료진이 총력을 다하더라도 질병의 진행 속도와 중증도로 인해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의학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명을 살리고자 위험을 무릅쓴 최선의 진료 결과를 두고 현장 의료진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처럼 대하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 대한민국 소아응급의료의 현장을 지킬 의료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는 압수수색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학회는 "현대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은 작성·수정·조회 이력이 초 단위 로그로 영구 기록돼 사후 위·변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사에 필요한 자료는 통상적인 절차와 임의제출을 통해 객관적이고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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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 온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굳이 압수수색영장을 앞세운 건, 수사의 비례성과 최소 침해 원칙을 벗어난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