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과장광고 '먹튀' 키운 솜방망이 처벌④

부당광고로 적발돼 처벌받더라도 폐업하고 사업자 명의만 바꾸면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 '제재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부당광고에 대한 행정처분은 실제 운영자가 아닌 허가·등록·신고된 업체의 법적 지위를 기준으로 승계된다. 이에 따라 동일한 사람이 영업을 계속하더라도 폐업 뒤 별도 신규 사업자로 인정되면 종전 업체의 처분 이력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의료기기 업체의 기존 행정처분은 영업 양도와 상속, 법인 합병 등 법적 지위가 승계될 때 새로운 사업자에게 이어진다. 반면 지위 승계가 아닌 신규 영업으로 판단되면 종전 업체의 행정처분은 적용되지 않는다.
법적 지위 승계해야 기존 처분 이어져…신규 영업이면 단절 가능
폐업하거나 사업자등록번호를 변경했다고 기존 처분이 무조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적 지위가 승계된 경우에는 처분 효력이 새로운 사업자에게 이어지고,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지위를 승계한 영업자를 상대로 절차를 계속할 수 있다. 핵심은 기존 업체와 신규 사업자의 관계가 법적 지위 승계로 인정되는지 여부다.
반복 위반에 대한 가중처분도 동일 업체의 처분 이력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같은 업체가 1년 이내 동일한 위반행위로 다시 행정처분을 받으면 처분 수위가 높아지지만 별도 신규 사업자로 판단되면 과거 위반 이력과 처분 차수를 연결하기 어렵다. 실제 운영자가 같더라도 다른 대표자나 법인, 사업자등록번호를 내세우면 기존 업체와의 관계를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재영업과 재적발 규모를 파악할 통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화장품·의료기기 업체가 폐업한 뒤 동일한 대표자나 주소, 전화번호, 쇼핑몰 등을 이용해 다시 영업하다 적발된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 자료만으로는 사업자를 바꿔 영업을 이어가거나 부당광고를 반복한 실질 운영자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동일 대표자·주소 이용한 재영업 통계 없어…실질 운영자 관리 필요
행정처분과 형사책임의 대상도 구분된다. 식품표시광고법은 영업자뿐 아니라 누구든지 부당한 표시·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대표자 개인이나 판매자, 광고대행사 등도 부당광고에 관여한 정도에 따라 수사의뢰·고발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영업정지와 품목 광고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은 허가·등록·신고된 영업자와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사업체에 대한 행정처분과 실제 운영자 개인에 대한 형사책임은 별도 절차로 진행되는 셈이다. 업체를 폐업하거나 명의를 바꾸면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어 고의적·반복적 위반을 주도한 사람을 추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에는 대표자 개인이나 판매자, 광고대행사가 부당광고로 수사의뢰·고발되거나 처벌받은 현황도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과 별개로 실제 운영자 개인에 대한 수사의뢰·고발과 형사처벌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함께 신규 사업자의 등록·신고·허가 단계에서 과거 위반 이력을 확인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표자뿐 아니라 취급 제품과 연락처, 쇼핑몰 등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같은 운영자가 사업을 계속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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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신규 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신고·허가를 받는 단계에서 과거 위반 이력을 확인해야 한다"며 "부당광고로 적발된 사람이 명의를 바꿔 다시 사업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동일한 사업자라면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의상 대표자와 실제 운영자가 다른 경우까지 가려낼 기준도 필요하다. 대표자나 사업자등록번호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취급 제품과 전화번호, 쇼핑몰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기존 업체와의 실질적 연관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다른 사람을 대표자로 내세우면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취급 제품과 전화번호, 쇼핑몰 등 여러 요소를 토대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다시 사업하는 것인지 최대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체 대상 행정처분과 함께 실제 운영자의 형사책임과 범죄수익 환수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태민 식품광고위생법률연구소 대표변호사는 "반복해서 적발되면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업자를 바꾸거나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업정지나 업체 대상 과징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실제 운영자에 대한 수사와 몰수·추징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