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금리 찾아 알아서 옮긴다"… AI가 불러올 '에이전트 뱅크런'

"더 높은 금리 찾아 알아서 옮긴다"… AI가 불러올 '에이전트 뱅크런'

유효송 기자
2026.09.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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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이전트 뮤즈, 구원의 여신일까]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위안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소비자의 예금을 대신 옮겨주는 시대가 오면 새로운 형태의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에이전트 뱅크런이 오는가'라는 분석 자료에서 AI 에이전트가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미국 당좌예금의 전국 평균 금리는 약 0.1%지만 일부 핀테크와 온라인 금융상품은 연 3.3~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메타의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와 비슷한 서비스가 머지않아 가계의 현금을 연 0.1% 수준의 입출금계좌에서 3.3~5.0%의 금리를 주는 계좌로 자동 이동시키는 것이 일반화될 수 있다.

AI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예금을 자동으로 옮기면 은행의 저금리 예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셈이다.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은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는 전통적인 뱅크런에 빗대 이런 상황을 '에이전트 뱅크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모든 가구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AI 에이전트를 사용한다면 은행들은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저원가 예금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며 "이는 전체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예금은 단순히 고객이 맡긴 돈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은 비교적 낮은 금리로 조달한 예금을 대출에 활용하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서 수익을 낸다. 마켓워치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를 토대로 미국 은행권의 거래계좌 규모가 약 8조3000억달러(약 1경1273조89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전체 예금 가운데 약 20%는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계좌다.

AI가 높은 금리를 찾아 예금을 대거 이동시키면 은행들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약 10조 달러 규모의 예금에 지급하는 금리를 높인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연간 2000억~3000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은행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전체 이익 2960억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미국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비슷한 유형의 비용 충격을 경험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일부 은행이 무너졌지만 대부분은 예금금리와 대출 구조를 조정하며 대응했다.

마켓워치는 이보다 충격이 컸던 과거 사례로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위기도 언급했다. 당시 S&L은 주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고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1970년대 말부터 시장금리가 급등했다. 예금을 붙잡으려면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했지만 기존 주택담보대출에서 받는 이자는 낮은 수준에 묶여 손실이 커졌고, 이후 규제 완화 속에 위험한 대출까지 늘면서 부실이 확대됐다.

'에이전트 뱅크런'이 실제로 나타날지는 AI 에이전트가 가계 금융 활동에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에브라힘 푸나왈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챗봇은 고객에게 현재 받는 금리가 낮다고 알려줄 수 있지만 에이전트는 남는 자금을 찾아내고 수익률을 비교한 뒤 실제 행동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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