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페르시아만(걸프만)에서 생산된 원유 수출이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으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은 탓에 휘발유·경유 공급이 정체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미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엄청난 양의 원유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경유 공급이 훨씬 더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보다 러시아 상황 때문"이라며 "경유 정유시설들이 상당히 심각한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황이 경유 공급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동 원유 수출량은 지난 2월 발발한 이란 전쟁 이전 수준에 이르렀다.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주 중동 원유 출하량은 하루 평균 1950만 배럴로, 전쟁 이전 기준치인 하루 평균 17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우회로 통한 수출량을 종합한 수치다.
중동 원유수출이 회복된 건 미군의 유조선 호위가 효과를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내 수출 터미널에서 선적한 원유는 미군의 호위를 받으며 오만이나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의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다.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 9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유 중 70% 이상이 이 같은 방식으로 이란 공격을 우회했다.
육로를 통한 우회로도 사용됐다. 미 CNBC에 따르면 걸프만 원유 중 40%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에서 전세계로 수출됐다. JP모건은 "중동의 원유 수출 동맥이 다시 흐르고 있다"며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회복세"라고 평가했다.
원유 공급 회복이 곧바로 휘발유·경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확대하면서 국제 연료 시장에는 새로운 위기가 닥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주요 경유 생산시설 6곳 중 절반이 이번달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정제유 생산량은 지난 20년 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정제유 수송량은 지난주 하루 평균 67만7000배럴로 전쟁 이전의 360만 배럴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투자 내용을 발표한 뒤 경유 수출금지를 검토하는 데 대해 "매일 검토하고 있다"며 "휘발유 등 다른 제품 가격을 자극하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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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미국 정유시설들이 최대치로 가동 중인 가운데 유럽에서 경유 신규 공급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경유값을 눈에 띄게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