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도권 집값 해법 따로 있다

[기자수첩]수도권 집값 해법 따로 있다

이상배 기자
2006.11.01 09:21

"앞으로 장관을 임명할 때 임명장을 2개 줘야 한다. 하나는 장관, 하나는 퇴임 후 고향의 지역발전위원장으로"

장관까지 지낸 전직 고위관료가 수도권 집값에 대해 꺼내놓은 해법이다. 최근 설익은채 발표된 신도시 개발계획의 부작용을 화제삼아 나온 얘기다.

그는 "부동산 대책은 단기적으로 추진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람들이 왜 서울로 몰리는지 이유를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그가 나름대로 찾은 이유는 3가지. 학교가 좋고, 병원 등 서비스도 좋고, 수입도 좋다는 것. 지방에서도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면 수도권 과밀이나 집값 불안은 자연스레 해결된다는게 요지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겠냐"고 묻자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이 아니면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관들이 퇴임 후 서울에 남아서 어떻게든 한 자리 더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대신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예 처음부터 임명장 2개를 줘서라도 말이다.

수도권 억제 대신 지방발전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셈이다. 퇴임 후 관가 주변의 자리를 찾아 헤매는 고위공직자들의 모습에 대한 자기반성도 묻어난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해법은 아니다. 중앙부처의 장관까지 지낸 인물들에게 선뜻 낙향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게다.

그럼에도 전직관료의 이 같은 진단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근본적인 해법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비단 '돈'만이 아니다. 고급 인력들까지 서울로 몰리고, 한번 서울에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나가려고 하지 않는게 현실.

분당에 살면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에게 "왜 회사 근처에 집을 얻지 않느냐"고 물었다. "집까지 인천으로 옮기면 서울과의 끈이 끊어질까봐 걱정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백컨대 기자 역시 그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에 대한 우리의 집착이 오늘날 부풀대로 부푼 서울의 집값을 낳았다면 과장일까. '탈(脫) 서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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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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