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실무근' 남발하는 기업들

[기자수첩]'사실무근' 남발하는 기업들

이구순 기자
2006.11.08 10:33

얼마 전 KT는 연예기획사 올리브나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수개월 전부터 주식시장에는 M&A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 발표 하루 전에도 KT 홍보실에서는 공식적으로 "올리브나인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

 

LG데이콤은 최근 IPTV 사업을 위해 셋톱박스와 방송플랫폼 개발업체를 선정했다. 역시 해당업체들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일이므로 시장에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LG데이콤 홍보실에서는 업체 선정 발표 당일까지 "아직 구체적으로 선정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비슷한 상황은 계속된다. 하나로텔레콤과 온세통신은 지난 6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앞서 한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했으나 양사의 홍보실은 모두 공식적으로 "인수계획이 확정된 바 없다"고 발뺌을 했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중대 발표를 불과 하루에서 몇시간 앞두고 홍보실이 기자들에게 잇따라 공식 '거짓말'을 한 셈이다. 결국 기자들도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하게 된다.

 

물론 경영비밀에 해당하는 M&A 추진상황을 기업이 곧이 곧대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모르겠다" 또는 "말할 수 없다"는 것과 "사실무근"이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선진 기업이라면 이제 부인의 수준과 거짓말을 구분해서 책임감있게 대응할 때가 됐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 스스로 홍보실을 통해 거짓말을 하도록 의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거짓말이 밝혀진 뒤 수많은 기자들에게 항의를 받는 홍보실은 "우리도 속았다"고 항변한다. 기업의 실무 부서에서는 "홍보실에 제대로 알려줘봐야 기자들에게 엉뚱한 소리나 퍼뜨려 오히려 귀찮은 일만 생긴다"고 까지 말하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홍보실-기자로 이어져 소비자와 투자가, 국민들을 속이게 된다.

 

기업들이 스스로 채용해 운용하는 인재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 국민을 속이는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대변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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