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4등 졸업후 '민주노총行' 화제

사법연수원 4등 졸업후 '민주노총行' 화제

장시복 기자
2007.04.16 13:2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사법연수원장상'받고 민노총行 여연심 변호사.."사회적약자편에 서겠어요"

▲ 민주노총 법률원 여연심 변호사
▲ 민주노총 법률원 여연심 변호사

미래의 법조인을 꿈꾸는 1000여명의 수재들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법연수원.

이 '전쟁터'에서 '사법연수원장상'을 받고 전체 4등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지만 '노동단체 입사'라는 '가시밭길'을 선택한 여성 변호사가 있어 화제다.

졸업 순위 50등 안에만 들어도 최상위권으로 분류돼 사회적 명성이 보장되는 법원·검찰이나 고액 연봉의 대형로펌을 '골라 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이례적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민주노총 법률원에 갓 입사한 '새내기 노동자' 여연심 변호사(29·연수원36기).

여연심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에 다니던 대학 시절부터 서울 서초동의 꽃마을에서 공부방 선생님 역할을 맡으며 빈민과 철거 문제등 사회적 약자층에 관심을 가져 왔다.

그러던 중 전공을 살려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이듬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노동법 학회에 가입, 노동법의 기초 이론을 익혀나갔다. 또 연수원 3학기째에는 직접 민주노총에서 실무수습을 해나가면서 그 꿈을 구체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물론 판·검사나 대형 로펌에서도 배울수 있는 일들이 많아 욕심이 많이 났어요. 그렇지만 '내가 가장 많이 하고 싶은 일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했죠.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설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 민주노총을 선택했습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물론 판·검사를 원했던 부모님과 절친하게 지내던 연수원 동기들은 의아해 하며 그의 선택을 만류하기도 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연수원을 졸업하면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데도 집안의 막내딸인 그가 비교적 낮은 연봉에 고된 업무를 감당하는 고생을 사서해야겠냐는 우려였다.

그러나 그녀를 가르쳤던 교수님들이 그녀의 신념에 격려와 지지를 보냈고 입사 후 2달여간 '즐겁고 보람차게' 일을 해온 결과 부모님도 이제 '지지자'로 돌아서게 됐다.

물론 노동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법률기관은 수두룩 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침부터 밤까지 '풀타임(full time)'으로 제가 원해오던 '노동자를 위한 법률활동'을 할 수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믿음과 판단에 따라 민주노총을 택했고 그 선택에 굉장히 만족해요"라며 흐뭇해 했다.

지난 2월 1일자로 정식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이 된 그녀는 현재 법률원에서 민주노총의 기본적 송무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노동 관련 입법활동에 참여할 뿐 만아니라 여성노동자 및 관련 노동조합의 자문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아울러 '일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미래의 남편'을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얼마뒤 그녀의 신랑이 될 남자 친구 최승호 변호사(32·연수원35기)도 1년 먼저 이곳에 입사해 일을 해오던 선배였던 것. 그녀는 "이곳에 들어옴으로써 많은 것들을 얻게 돼 행복해요"라며 기쁘게 웃었다.

정의와 인권을 위해 일하는 모든 법조인을 존경하는다는 그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사용자의 탈법 행위를 막을수 있는 다양한 법적수단을 개발해 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 대구 출신인 그녀는 이곳에서 실력을 쌓은 뒤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내려가 지역 노동단체나 사회운동단체들과 함께 '지역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큰 꿈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번은 어느날 낮에 농성을 벌이다 체포된 KTX 비정규직 승무원들을 경찰서에서 접견하고 그날 저녁 한 대형 로펌 관계자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던 일이 가슴에 아프게 남아있어요"라고 말하며 모두가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

법이라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보다듬는 그녀의 미소는 따스한 봄햇살 만큼이나 빛났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