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법규'에 묶인 금천패션타운

'아날로그 법규'에 묶인 금천패션타운

백진엽 기자
2007.08.22 09:35

<하>패션업 현실과 동떨어진 법 '걸림돌'-마리오의 항변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명소로 자리잡은 금천구 가산동 금천패션타운. 이곳은 1964년 지정된 한국수출산업단지 중 2단지에 해당되는 곳이다. 과거 봉제제품, 합성수지제품, 가발 등을 생산하며 1980년대까지 수출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공단의 경쟁력이 약화돼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과 함께 IMF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줄도산 하면서 일명 구로공단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2000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공식 명칭을 바꿨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01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로공단 부활에 나섰다.

당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종합발전계획을 보면 2단지는 '패션 스트리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었다.

1997년 마렌지오를 시작으로 패션야후, 원신사, 만승품산, 한사랑 등 초창기 아울렛 몰 개발을 주도해 왔고, 여기에 2001년 '까르뜨니트'로 유명한 마리오가 정통 패션 아울렛인 '마리오1'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 쇼핑 명소로 떠올랐다.

이에 산단공과 정부도 서울디지털산업 2단지를 패션 단지로 육성키로 했고, 패션업체 유치에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같은 패션 단지로의 발전이 과거 법률 등에 의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진 마리오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

문제가 되는 법은 지난 2002년 제정된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이며, 이 법의 모태가 되는 법은 1990년 제정된 '공업배치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이다.

이 법안은 사실상 과거 산업단지가 제조업체 위주로 구성돼 있을 때 해당 공장 등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패션산업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논란의 핵심이 되는 부분은 단지 내에 있는 아파트형 공장은 판매 등 지원시설을 연면적의 20%(과거 30%) 이상 둘 수 없다는 규정이다. 그것도 해당 건물에서 '생산'하는 것만 팔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산단공은 이 조항 중 '생산'에 대해 산집법에 의거해 실제 제조를 하지 않고 기획만 하는 곳은 공장이 아니라고 해석, 실제로 해당 건물에서 직접 만든 제품만 팔도록 하고 있다.

판매루트 확보가 제조만큼 중요한 패션산업에서 이 부분은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서울디지털산업단지 2단지의 경우 많은 업체들이 단순히 의류제조로 발전했다기 보다는 유통을 통해 확대재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를 불법으로 할 경우 단지 활성화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마리오2'의 경우 산업단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고, 근방에 있는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내용의 불법판매에 따른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구로공단 2단지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데 관련 산업을 지원해야 할 법이 반대로 기업들의 영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단공도 이런 불법판매를 양성화하기 위해 '판매장 운영 개선 사업'을 추진, 원신사의 경우 건물 전체를 판매장(W몰)으로 운영하고, 타사 상품도 팔 수 있도록 허가하기도 했다.

또 마리오와도 건물의 30%를 타사 상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허가하는 '판매장 운영 개선 사업'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6월 건설교통부의 반대를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다. 이 역시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정부의 정책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로공단이 과거의 제조수출업 위주가 아닌 디지털산업과 패션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도 현실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정암의 엄경천 변호사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과거 구로공단시절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다"며 "해당 단지의 사회경제적인 시스템에 맞게 법 개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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