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 부회장, 매달 책7000권 선물

독서광 부회장, 매달 책7000권 선물

원정호 기자
2007.09.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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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우림건설 심영섭 부회장

충남 천안 용곡동의 아파트 공사현장. 점심시간을 마친 인부들이 현장 도서관에 모여 책을 꺼내든다. 목수 일을 하는 천준기씨(60)가 고른 책은 '우리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와 '야생초 편지'.

최씨는 "졸업 이후 책을 손에 댄 적이 없는 데 우림 현장에 근무하면서 재미를 붙여 지금은 재테크 책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4월 우림 사내 독후감대회에서 금상에 뽑혀 부상으로 받은 도서상품권을 아들에게 줬다"면서 웃었다.

심영섭 우림건설 부회장이 제안해 설치한 각 공사 현장 내 도서관이 꽃송이를 활짝 피워내고 있다. 책을 접할 기회가 부족한 인부들에게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만든 도서관이 이제는 생활속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24년 전 건설사를 창업해 지금은 6개 자회사에 총매출 1조원을 넘어선 우림을 이끌고 있는 심 부회장은 독서경영으로 유명하다.

매월 전 직원과 소외계층, 협력업체 군부대, 지인 등에게 좋은 책을 선물한다.

처음에는 몇 권 안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매월 7000권 가량에 달해 1년 비용이 7억원 이를 정도로 부담이 꽤 크다. 책 발송료만 해도 월간 5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책이 사람 인생을 바꿔주는 것에 비해서는 비용이 크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의 추천도서는 '앨고어의 불편한 진실', ‘타릭 후세인의 다이아몬드딜레마’, ‘병 안 걸리고 사는법’ 등이다.

심 부회장은 매월 1일 전 직원이 모인 월례조회에서 한손에 책을 펼쳐보이며 그달의 책을 소개한다. 해외에 나가 보고 느낀 점이나 유명기업의 CEO를 만났던 일, 또는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책 내용과 잘 버무려서 직원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매달 책 10여권을 읽은 독서광인 심 부회장. 그가 추천하는 책은 대부분 자신이 읽은 책 중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엄선한다. 똑같은 이야기는 질리기 마련이므로 추천한 책들과 주제도 달라야 하고 장르도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 20세부터 60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직원들을 고려해 선정한다.

요즘은 심 부회장이 독서경영으로 유명해진 덕분에 출판사들이 신간이 나오면 직접 책을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 비서실과 문화홍보실에는 거의 매일 출판사에서 전화가 올 정도.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면 1쇄로 3000권을 찍고 손익분기점을 맞춘다고 하니 우림건설의 추천 책으로 선정되면 출판수익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다.

심 부회장은 책 서문에 자신이 직접 쓴 추천시와 추천사를 담는다. 추천사를 적어 내려가다 보면 더 진지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한번 더 생각하고 쓰게 되고 쓰면서 읽어보곤 다시 쓰게 된다. 받는 사람들은 편지를 받는 느낌이라고 심부회장은 말한다. 본인과 직원들, 친지들, 협력업체, 등 우림을 둘러싼 가족들에게 매월 놓는 다리인 것이다.

↑심영섭 부회장이 월례조회에서 추천 도서를 들고 있다
↑심영섭 부회장이 월례조회에서 추천 도서를 들고 있다

직원들은 월례조회를 통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성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면서 화답한다. 이날 발표되는 독후감은 책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회사나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도 곁들여진다. 독서경영은 쌍방향 의사소통의 중요한 경로가 되는 셈이다.

심 부회장이 독서하는 문화사회 만들기를 제안한 이유는 뭘까. 그는 "근래 우리는 너무도 빠르고 직선적이고 감각적인 속도 중심의 환경에서 살아왔다. 이 속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극복하려면 문화적 삶이 필요하고 문화적 삶의 핵심이 독서"라고 강조한다.

심 부회장은 "깊게 사고하고 현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독서는 정보화 사회에 역설적으로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독서를 통해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사회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중심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서경영은 회사 차원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사현장이나 군부대는 물론 우림건설이 짓는 아파트단지마다 커뮤니티 시설에 나눔도서관을 짓고, 독서 문화 전파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충북오창 2차 우림필유 단지 내 나눔도서관에 약 2500여권의 책을 전달하고 도서관 현판식을 가졌다.

우림건설은 앞으로 입주예정단지를 대상으로 도서관을 나눠주는 일을 확대할 계획이다.

심 부회장은 지식형 건설사를 지향한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173여회에 걸쳐 국악인 안숙선, 도종환 시인, 한비야 오지여행가 등을 초청해 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강좌 실시에 잘 나타나고 있다. 올해 우림은 이를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우림건설은 또 독서나눔과 더불어 시낭송을 하고 있는데 '포엠우림'으로 이름붙이고 2003년부터 매달 시를 선정, 제작해 본사 및 각 현장에 게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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