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보기를 황금같이" 30년바쳐 1000점 수집

"돌 보기를 황금같이" 30년바쳐 1000점 수집

김동하 기자
2007.10.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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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 권태호 오현광물연구소장

"광물은 가장 아름다운 과학입니다. 같이 사는 저는 행복한 사람이죠”

남한산성 줄기를 따라오르는 경기도 성남시의 한 언덕. 이 곳에 어마어마한 ‘보물창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입구 대형 광물. 가운데 수정, 왼쪽 석고, 뒤는 방해석
입구 대형 광물. 가운데 수정, 왼쪽 석고, 뒤는 방해석

SK테크노파크 비즈센터에 자리잡은 오현 광물 연구소.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수정과 석고, 방해석이 반갑게 맞이한다.

죠스모양을 한 자수정과 토끼 모양의 칼세도니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질 찰나. 형형색색의 수많은 광물들이 현란한 광채를 뽐내며 넋을 잃게 만든다.

죠스를 닮은 자수정
죠스를 닮은 자수정
새를 연상시키는 아라고나이트
새를 연상시키는 아라고나이트

예쁜 파랑새 같은 아라고나이트, 골프코스를 연상시키는 파이로모파이트,

골프코스를 연상시키는 파이로모파이트
골프코스를 연상시키는 파이로모파이트

악어 위의 눈처럼 보이는 섬세한 방해석 결정
악어 위의 눈처럼 보이는 섬세한 방해석 결정

꽃잎을 새겨놓은 듯한 규질암 위의 휘안석, 악어위의 눈처럼 보이는 섬세한 방해석 결정.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꽃잎은 새겨놓은 듯한 규질암 위의 휘안석
꽃잎은 새겨놓은 듯한 규질암 위의 휘안석

바다 속 산호초를 옮겨온 듯한 청백의 아라고나이트
바다 속 산호초를 옮겨온 듯한 청백의 아라고나이트

사랑하는 연인에게 바치는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백운석 위의 형석. 마치 바다 속 산호초들을 그대로 들어낸 듯한 모습의 청·백의 아라고나이트는 일부러 만들었다고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백운석 위에 꽃처럼 피어난 형석
백운석 위에 꽃처럼 피어난 형석

환상적인 30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리자 궁금함과 약간의 걱정이 동시에 몰려온다.

"이걸 어떻게 다....”

“허허 제가 30년 넘게 모은 거죠. 대학 다닐때부터 돌 주으러 다니는게 일이었으니까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모았습니다. 지금 사려면 아마 꽤 비쌀걸요”

그가 보유한 광물은 무려 1000점이 넘는다.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었지만 국내 최다 광물보유자가 아닐까 싶다. 모두 사비를 털어 샀다. 해외광물들은 조금이라도 깨지지 않도록 손수 포장해 배 값과 세금을 내고 들여왔다. 아무리 애지중지 포장했더라도 비행기나 배에서 조금씩 훼손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아프단다.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해외 자원개발하러 다니면서 돌이나 긁어모았다는 식의 시선이죠. 모두 직접 사거나 교환한 것들입니다. 간혹 외국인 친구들이 고생한다며 선물해준 것들은 있죠. 허허(너털웃음)”

권태호 오현광물연구소장
권태호 오현광물연구소장

30년 넘게 광물과 함께 살아온 광물전문가 권태호 오현광물연구소장. 지난해 12월까지만해도 그는 22년 넘게 몸담은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잘 나가는 부장(해외에너지2팀장)으로 몸담고 있었다.

최근 자원개발 관련업에 종사한 사람들은 요즘 '귀하신 몸'으로 불린다. 자원개발 등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증권·자산운용업계 등의 '모셔가기'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소장은 '잘 나가는' 간판과 '쩐'의 유혹을 뿌리치고 유유히 제 2의 인생을 찾아 나섰다.

“왜 걱정이 안됐겠습니까. 당장 수입이 없는데. 가족한테도 많이 미안했죠. 하지만 아내는 늘 가장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권 소장의 지인들이라면 그가 사리사욕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안다. 실제 그는 애지중지하던 300여점의 광물을 4년간 대구 소재 영남생태자연연구소에 빌려줬다. 조건은 원할 때 돌려받게만 해달라는 것. 돈 한푼 받지 않았다.

광물은 그의 유일무이한 취미다. 2002년 6월부터 2005년 8월까지 3년 넘는 중국 주재원 생활동안에도 골프 한번 친 적 없다. 주말에도 그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꼭 살피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광물하고 즐겁게 살려고 하는데 사실 걱정은 좀 되죠. 사실 큰 돈을 벌고 싶지도, 사업을 크게 벌이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내 능력에 맞게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아아죠”

광물전문가인 그가 볼 때 광물은 우리가 등한시하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수과학'이자 미래를 위한 '필수 연구과제'다.

지금도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해외 자원개발 목소리는 높다. 자원개발 펀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변변한 광물박물관 하나 없다. 기본적인 관심도 없는 상황에서 '돈 벌이'로서의 광물얘기만 나온다. '사상누각'에 가깝다.

치열한 경쟁,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장인정신'과도 같은 순수한 열정은 차츰 잊혀져 간다. 대학시절부터 지켜온 권 소장의 광물을 향한 '일편단심'과, 간판과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늘 넉넉함을 잃지 않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겉으로 사회 공헌을 부르짖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정당 들로서는 한 사람의 30년 혼이 깃든 광물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축복일 것 같다.

◇ 권태호 소장.

1958년생. 76년 대구 계성고등학교 졸업 80년 경북대 지질학과, 85년 동 대학원 석사. 84년 7월 ~ 2006년 12월 대한광업진흥공사. 해외에너지개발2팀장 등. 2007년 ~ 오현광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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