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위기'에 강한 버핏,표정밝은 주주들
미국 개척시기에 '서부로 통하는 관문'이었던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미 최대 철도회사인 유니언 퍼시픽(UP)이 본사를 두고 노다지를 꿈꾸는 개척자들을 끊임없이 서부로 실어날랐다.
자동차와 비행기에 밀려 교통의 요충지로서의 면모를 잃고 이제는 한적한 중부 농촌도시로 쇠잔해가고 있지만, 매년 5월 첫째주가 되면 오마하는 '마법'에 걸린듯 축제의 마당으로 변한다. 마법의 키워드는 '주주총회(Share holder-meeting)'
620억달러를 가진 '세계 최대 갑부'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통하는 워런 버핏(77)이 이끄는 투자지주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연례주주총회가 3일 개최된다. 27년전 12명으로 처음 시작한 주총이 올해는 3만명을 넘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게 회사측의 추산이다.
![↑오마하 공항의 네브래스카-링컨대학의 광고. 워런 버핏이 '좋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오마하=김준형 특파원]](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06/2008/05/2008050209455835795_1.jpg)
주주총회라고 하지만 2일 전야제와 4일의 폐막행사를 포함, 사흘간이나 이어지는 한판 '축제'나 다름없다. 미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주들이 수백명씩 참가하기 때문에 버핏과 동업자이자 파트너 찰스 멍거 부회장이 특별히 해외주주들을 위한 리셉션을 매년 개최한다.
◇ 3만명 이상 최대인파 몰릴듯
오마하로 향하는 비행기는 주총 2~3일 전부터 주총에 참가하려는 주주들로 가득찬다. 평소같으면 절반은 비어서 갈 오마하행 항공편이 디트로이트, 휴스턴 같은 다른 도시를 경유해 들어가는 노선까지 한석도 여유가 없다.
심지어 인근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 공항에서 내려 7~8시간 자동차를 몰고 오는 주주들도 허다하다. 숙박도 평상시의 2배를 주고도 주총행사가 열리는 다운타운의 '퀘스트센터'인근은 물론 근처 시골 모텔 잡기도 쉽지가 않다.
디트로이트를 거쳐 오마하로 들어가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수잔 라스웰(42.버지니아)씨는 다섯살난 딸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 참가하러 간다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A주식 한주를 갖고 있다는 그는 "버핏같은 사람을 가까이서 볼수 있다는 건 멋진(cool) 일"이라며 "나중에 딸이 커서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1주'라지만 돈으로 따지면 1일 종가기준으로 13만3900달러('보통사람'들도 살수 있게끔 발행한 B주의 가격은 4460달러. 의결권은 200분의1이다)이다.
기자처럼 취재가 아닌, 주총참가를 위해 비행기에 탄 사람들은 다들 '한 재산'하는 사람들이라고 할수 있고 보면 '자본가들의 우드스탁(Woodstock for Capitalists)'라는 별칭이 딱 들어맞는 셈이다.
독자들의 PICK!
공항을 내린 주주들을 가장 먼저 맞는 것도 워런 버핏의 얼굴이 담긴 광고판.
1951년 입학생인 워런 버핏은 네브래스카-링컨 대학 광고판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테이크 집에서도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오마하 시내에 있는 버핏의 자택. 지난해 도둑이 침입을 시도한 이후 경비가 다소 강화됐지만 여전히 문도 담도 없다. 가운데 보이는 사람은 경비원[오마하=김준형 특파원]](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06/2008/05/2008050209455835795_2.jpg)
◇ '버핏 스페셜'은 6달러짜리 샌드위치
버핏이 즐겨 찾는다는 이유만으로 유명해진 스테이크 집 '고래츠(Gorats)'.
버핏은 1-2주에 한번,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번은 꼭 이집에 와서 식사를 한다는게 식당 직원의 말이다.
주총 다음날인 4일 주주들을 위한 만찬 행사가 예정돼 있는 고래츠에는 주총 이틀전 점심때인데도 이미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찼다.
세계 최고 갑부가 즐겨찾는 메뉴는 뭘까. 식당 직원이 소개해준 '버핏 스페셜'은 6달러짜리 쇠고기 샌드위치였다.
자동차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버핏의 자택은 지난해 도둑이 침입하려다 도망가기도 했던 '담도 없는 집' 그대로 이다.
당시에는 경비원도 한명이었지만 '절도미수'사건 이후 경비가 강화된듯 건장한 체격의 경비원 두명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들도 "여기가 버핏의 집이냐"는 질문에 꺼리낌없이 응대하고, 동네 주민들도 '관광객'내지는 '주주'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세계 최대 갑부 집을 연상케하는 삼엄함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 '경기침체'는 딴 세상 이야기..버핏에겐 최대 기회
올해 주총에 참가하는 주주들의 표정은 특히 밝아보인다.
전세계 시장을 뒤흔든 금융경색은 오히려 버핏과 벅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는 또한번의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제과업체 리글리 인수에 현금을 쏟아붓고 채권보증업에 새로 진출하는 것을 비롯, 경기침체로 휘청이는 '먹잇감'을 향한 버핏의 왕성한 '사냥'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 132억1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0% 증가하는 등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실적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주당 장부가격도 43년전 버핏 인수당시 19달러에서 7만8000달러 연평균 21%씩 늘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1분기 실적은 2일 오후 발표된다.
1분기 실적 발표에 이어 '전야제'로 시작하는 주총 행사 하일라이트는 3일 열리는 '주주와의 대화'. 버핏은 오랜친구이자 사업파트너인 찰스 멍거 부회장과 5시간동안 단둘이서 주주들과 마라톤 대담을 이어간다.
이어 같은 날 저녁에는 버크셔가 소유한 보석가게 `보셰임'에서 칵테일 파티가 열리며 4일 '고랫츠'만찬으로 행사가 마감된다.
얼마전 "미국 경제의 침체는 길고도 깊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버핏이 앞으로 시장과 세상에 대해 어떤 화두를 던질지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물론 전세계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버핏이 즐겨찾는 스테이크집 '고랫츠'. 버핏이 즐겨먹는 메뉴는 6달러가 조금 넘는 샌드위치이다. 평일 점심이지만 손님들의 차로 주차장이 꽉 차 있다[오마하=김준형 특파원]](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06/2008/05/2008050209455835795_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