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뜨내기 용병 경계령'

증권가 '뜨내기 용병 경계령'

이승제 기자
2008.06.17 12:56

돈되는 곳 팀단위로 옮겨다녀…성과 회사와 나누는 계약 선호

증권가에 '용병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증권계에선 '돈 되는 곳'을 팀 단위로 옮겨 다니는 전문팀들이 있다. 외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현상인데, 이들은 성과를 회사와 나누는 계약을 선호한다.

A 증권사 IB 임원은 17일 이에 대해 "이들은 수익창출을 제외하곤 회사 발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회사 전체로는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 용병들은 소속했던 회사와 계약이 끝나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미련없이 돈을 쫓아 철새처럼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회사 업무상 축적해 놓은 각종 자료, 정보 등을 모두 '파괴'하거나 고스란히 가져가기 일쑤라고 이 임원은 불만을 터뜨렸다. 심지어 고객 정보나 업무활동 기록까지 모두 없애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이 임원은 "인수인계는커녕 자신들이 맡았던 업무를 완전히 초토화시키는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며 "마치 패거리 깡패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해당 팀들에 신입사원을 배정하겠다고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며 "회사에서 '스파이'를 심어 자신들의 독립업무를 침해하거나 감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용병들은 주로 채권영업 또는 해외증권 발행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생 부문에서도 이같은 용병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국내 증권업계의 '후진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IB증권의 경우 최근 투자은행(IB) 업무를 맡던 전문인력이 이탈했다. 이찬근 하나IB증권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한 뒤 IB전문 증권사로의 도약을 추진하면서 전문팀들과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IB 각 부문을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문팀이 강력 반발했고, 급기야 조직 개편을 통해 이들을 다른 부서로 전출시키는 극약처방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회사를 옮겼다.

또 최근 교보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에서도 전문팀 또는 인력들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는 "용병들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면서 '이들을 쓰지 말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용병답게 당장 성과를 내기 마련이어서 주로 중소형 증권사에서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B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용병들은 회사 윤리기준 등과 상관없이 성과 지상주의를 추구하며 각종 문제를 낳는 근원지가 될 수 있다"며 ""멀고 돌아가더라도 정석대로 시스템을 통해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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