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짐 로저스, 피터 린치. '월가'나 '증시'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투자 대가다. 하지만 시계추를 조금 과거로 되돌리면, 제럴드 로브라는 걸출한 스타를 만날 수 있다.

1만3000달러의 재산을 3억 달러로 불린 '마이다스의 손'. 몸이 약해 고등학교 밖에 못 나왔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투자자문사의 길을 활짝 열어 제친 증시의 영웅. "월가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물"이란 '포브스'의 칭송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전세계의 시황판엔 로브의 활약상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로브가 쓴 <목숨을 걸고 투자하라>는 굿모닝북스 '투자의 고전'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다. 우선 제목이 다소 살벌한 까닭은 책의 초판이 쓰여진 시점(1935년)과 관련이 있다. 1929년의 증시 대폭락 이후 잔뜩 겁먹은 투자자를 안심시키려면 강렬한 메시지가 필요했다. 로브는 너무 절박해서 되레 희망찬 어조로 담담히 말한다. "주식투자는 목숨을 걸고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는 전투다."
저자 이름을 감춰놓고 투자 전략만 보면 사실 거부반응이 살짝 들기도 한다. "투자 종목이 너무 많다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헤지한 것에 불과하다. "무조건적인 '매수후 보유' 전략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적립식 투자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이런 주장을 신문지상이나 증권방송에서 접한다면 느낌이 어떨까. 어쩐지 몰빵투자를 유도하는 것 같고 가치투자의 가치는 안중에도 없으며 코스트 에버리징엔 눈길조차 안 준다. 게다가 주장을 전달하는 방식도 꽤나 직설적인데 '내가 맞다면 맞고 틀리다면 틀려"의 고집이 눈에 잡힌다.
그럼에도 로브의 책에는 부지불식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의 지행일치 때문이다. 매일 5시에 일어나 거의 모든 시간을 주식투자에 바치고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집도 회사 옆으로 옮겼다. 결혼까지 미뤄가며 먹고자 했던 '주식밥'이었지만 한 몸 배불리고 남은 것은 타인을 위해 기꺼이 다 내놓았다.
여기까지 읽어내면 "나처럼 목숨 걸고 투자해 봤어?"의 자신감이 왜 가능하고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로브는 평생 연구하며 투자했고 투자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그래서 후대에 끊임없는 영감과 통찰의 원천이 돼왔다.
주가 진폭과 거래량을 통해 시세분출이 임박한 주식을 어떻게 알수 있을까. 시장 문 열기조차 겁나는 폭락기엔 어떤 주식 뒤에 숨어야 할까. 시대와 경제상황, 주가 수치는 다를지라도 시황판은 늘 같은 등락을 반복한다. 사람은 달라도 고민의 내용은 비슷하며 종목은 다양해도 투자 원칙은 대동소이하다.
독자들의 PICK!
주가 1500을 위협받던 코스피가 차분히 반등의 길을 걷고 있다. 로브라면 어떤 전략ㆍ무슨 종목을 추천해 줄까. 그는 가고 책만 남았으니 스스로가 눈 밝은 독자이기를 바랄 따름이다.
목숨을 걸고 투자하라/제럴드 로브 지음/박정태 옮김/367쪽/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