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랑방]
사설정보지(속칭 찌라시) 시장이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최진실씨 자살을 부추긴 근원지로 지목되면서 검찰 등에서 찌라시 시장에 대해 철퇴를 내릴 태세입니다. 과거에도 찌라시 시장에 대한 견제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남다릅니다.
사설정보지 시장은 '보이지 않지만,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즈니스'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쉽게 말해 사설정보지 시장을 통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대기업, 금융회사 심지어 정부기관에서도 사설정보지 시장에서 활약하는 직원들이 버젓이 존재합니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정보 담당 직원들은 찌라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건져 회사에 공급하는 인력들입니다.
왜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은 찌라시 시장을 전담하는 인력을 거느리고 있을까요. 그것은 찌라시 시장에서 비공개적으로, 하지만 공공연히 유통되는 정보(뉴스)들이 때로 사실로 판정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깊은 연원이 있습니다. 찌라시 시장은 과거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싹 텄습니다. 국가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관련 정보를 움켜쥐고 엄격하게 통제하던 때입니다.
찌라시는 당시 '유비통신'(유언비어 통신)으로 불렸습니다. 공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소통시킬 수 없던 그 시절에, 유비통신은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순기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억압받고 답답했던 마음을 통쾌하게 풀어주는 '가장 믿을만한 뉴스'였던 것이죠.
하지만 유비통신은 '돈'과 결합하면서 커다란 왜곡을 겪게 됩니다. 비즈니스로 변모하게 된 것이죠. 이후 찌라시 시장은 성장과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심지어 한때 검찰 등 정부기관, 금융회사, 대기업의 정보 인력들이 '팀'을 이뤄 대규모 찌라시 사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취득한 정보를 A, B, C처 럼 등급으로 나눠 지불하는 액수에 따라 선별적으로 공급하는 '드림팀'도 있었습니다.
'찌라시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이들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찌라시는 나름 믿을만하다"는 여론을 이용해 각종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끼어넣기'를 통해 불순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법이죠. 사업상 경쟁업체나 단체 또는 사람을 직접 겨냥해 흠집내기, 음해하기 등을 공공연히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카더라'라는 익명성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데요, 당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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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폐해는 인터넷 시대에 더욱 커졌습니다. 찌라시 시장은 인터넷 확산을 통해 정보 전달 범위와 영향력을 급격하게 키워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익명성을 뒤에 숨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죠.
찌라시는 진화를 거듭한 끝에 '종합백화점식 편집'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청와대 △검찰 △기획 재정부 △재계 △언론계 △연예계 등으로 영역을 세분화해 사설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중 연예 계 관련 정보는 찌라시에 대한 의존도와 열독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매일 상당한 양의 연예 정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연예계 관련 정보는 현대인이 갖고 있는 '관음증'을 충족시키기도 합니다 . 스타들의 뒷얘기를 남몰래 훔쳐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죠.
찌라시 비즈니스에 15년 가량 종사해 온 한 대기업 관계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기모순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슬픈 자화상을 느끼게 합니다.
"처음에는 찌라시 시장 관련 업무가 내가 맡은 여러 임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갈수록 그것에 대한 의존이 커지더라구요. 심지어 임원들 중에서 '너는 이 정보를 아냐. 오늘 아침에 읽었는데, 왜 너는 보고하지 않았냐'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죠. 매일 찌라시를 취합해 분석·보고하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는 자괴감도 들지만, 결국 먹고 사는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럴 바에야 누구누구처럼 아예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대 놓고 찌라시를 생산·조작하는 것 말이죠. 저는 업계에서 최고령에 가까운데, 한번쯤은 제대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압박이 매우 큽니다. '특종 찌라시'를 걷어내야 할 텐데. 그래서 말인데, 혹시 좋은 정보 알고 있는 것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