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바다가 모든 강을 받아들이듯이"

"정치도 바다가 모든 강을 받아들이듯이"

배성민 기자, 사진=이명근
2008.11.13 14:25

[브라보 my LIFE]허범도 한나라당 의원, 한시로 초심 다져

↑허범도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다보면 언젠가는 바다가 된다는 뜻을 지닌 ‘海納百川’을 직접 써 보이고 있다.
↑허범도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다보면 언젠가는 바다가 된다는 뜻을 지닌 ‘海納百川’을 직접 써 보이고 있다.

정치인 허범도 의원(한나라당, 경남 양산)에게 한자와 한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30년 가량 계속하며 일가를 이룬 한시 짓기 탓도 있지만 허 의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상황을 몇 글자의 한자로 정리해 마음에 되새기는 일이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허 의원이 한시와 한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50여년전 할아버지가 한시 읊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다. 입시에 치인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한시와 선현들의 고문을 배울수 있는 한문시간의 의미는 그에게 남달랐다.

한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공무원이 된 후였다. 행시를 거쳐 중앙부처에 근무하게 된 허 의원은 한시작법, 한시의 이해 같은 책을 고시공부하듯 읽으며 특별한 스승 없이 사숙했고 또다른 세계에 빠져들었다. 오랜 독학의 산물로 등산이나 여행을 가서 좋은 정경을 보면 시상을 한시에 옮길 정도가 됐다.

정치인에게 정치의 의미를 물으면 자신의 인생이 담긴 의미심장한 말을 내놓기도 하고 명사들의 명언을 꺼내기도 한다. 허 의원은 ‘정치는 해납백천(海納百川)’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송나라때의 고서 통감절요(通鑑節要)의 구절중의 하나인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 해서 언젠가는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을 품게 된다’는 ‘해납백천(海納百川).

바다는 깨끗한 하천이나 더러운 하천을, 큰 하천이나 작은 하천을 가려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海納百川’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다보면 언젠가는 바다가 된다는 말이다. 그는 정치가 바다와 같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민층과 부유층, 수도권과 지방, 여당과 야당, 때로는 엇갈리는 이해를 갖고 있는 여러 집단도 정치라는 용광로와 바다를 거쳐야 한다는 것.

이 같은 그의 신념은 오랜 행정부 경험에다 입법부 경력까지 가미한 이력 때문이다. 허 의원은 기업인 출신이 아니면서도 정치권내에서 기업을 이해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행정고시 17회로 상공부와 국무총리실, 중소기업청, 산업자원부 등에 요직을 거친 허 의원은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장, 중기청 차장, 산자부 중소기업정책국장, 차관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의 현장 경력은 10여년을 넘어 계속돼 온 중소기업 탐방으로 함축된다. 그는 지난 96년 부산지방중소기업청장 시절부터 "1일1사 방문"을 실천해 왔다. 공무원과 산하기관장 시절을 포함해 1800여곳을 돌았고 의원으로 당선된 뒤 지금까지 200여곳이 추가돼 방문한 기업만 2000여곳이 됐다. 자신의 지역구(경남 양산)에 2개의 지방산업단지와 1개의 농공단지가 있는 영향도 컸다.

중앙부처에서 책상물림으로만 머물다 지방현장에 발령받은 만큼 현장을 알아야겠다는 절박감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거의 일상이 됐다. 허 의원은 한나라당내에서 민생대책특위와 서민경제2분과에 속해 있고 서민경제2분과 위원장도 맡고 있다. 또 산업현장대책단과 중소기업경영애로대책소위 간사 직함도 갖고 있다.

공직에 있을 때도 ‘현장경영’을 강조했던 허 의원은 “중소기업 등 기업이 정말 필요한 부문에 자금이 갈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해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선과 동시에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갔고 지역에서 중소기업인 초청 특별강연회도 열었다.

중소기업 업무를 많이 맡다보니 중국에 다녀올 일이 많은 그는 중국의 정부 관료와 기업인들을 만날 때 한시 구절을 통해 마음을 열게 하는 일도 많다. 중진공 이사장 시절 그는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 산둥성을 방문했을 때 성장과 필담을 나누면서 ‘부동여산(不動如山)’('손자 군사편(孫子 軍事篇)'에 있는 말로 산과 같이 진중한 행보를 의미)이라는 글귀를 건넸다. 성장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기원함과 동시에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달라는 의미였다. 성장도 자기가 좋아하는 구절이라며 허 의원(당시는 허 이사장)에게 마음을 열었고 업무 협력도 더 잘 처리됐다.

그는 지난달 국정감사를 통해 역지사지의 의미도 더 크게 느꼈다. 국회의원이 부처 공무원과 산하기관장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인 이들이 의원을 평가하는 느낌도 받았던 것. 그는 “업무에 정통해야 올바른 질문과 정책리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허 의원은 국감을 통해 중소 기업의 해외마케팅 지원 강화와 규제완화, IT정책에 대한 조정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고 장관 등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 기업들의 기술평가 사업에 학계 인사 외에 산업계와 마케팅 전문가 등 현장인력이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우수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토대를 마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초선의원인 그는 의원이 된 뒤 생각했던 '불망초심 불기초심(不忘草心 不棄初心)'이라는 말을 항상 되새긴다. 민초인 백성들의 마음을 잊지 말고, 처음 가졌던 생각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허 의원은 "기업은 국부형성과 외화획득의 근원으로 규제의 대상이 아닌 국가의 대표선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업사랑을 정치에 접목하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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