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확 달라지는 저축은행
서민금융기관인 상호저축은행의 면모가 2009년 많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예금 받고 대출해주는 것이 저축은행의 모든 일이었다. 하지만 새해에는 다양한 업무가 추가돼 그 이름처럼 ‘은행’의 업무를 충실히 하면서 서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는 금융기관이 된다.
◆‘상호’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단 저축은행의 회사명칭에 변화가 생긴다. 현행법상으로는 ‘상호저축은행’의 풀 네임을 사용해야만 한다. ‘상호금융’은 같은 뜻으로 모인 조합원들의 예탁을 받아 이를 조합원에게 융자함으로써 조합원 상호간의 원활한 자금 융통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 즉 상호금융은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예금과 대출이 가능하다. 단위 농ㆍ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상호금융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는 과거 상호금융을 주로 취급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상호금융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2003년 '신용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다시금 ‘상호’가 부쳐졌다. 따라서 하지도 않는 업무인 ‘상호’를 회사명에 붙일 이유가 없다는 이유 등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정안은 ‘상호’가 빠진 ‘저축은행’이라는 단축명칭 사용을 허용했다.
회사명에만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다. 지역적으로 제한돼 있는 영업구역도 완화된다. 현재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각 도별로 세부화해 11개로 나뉘어 있다. 이를 완화해 6개 영업구역으로 확대 개편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구역 문제는 법에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그러나 영업구역에 대한 근거가 개정될 법에 포함될 예정이기 때문에 법 개정이 있어야만 후속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영업구역의 확대는 저축은행의 영업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과 금융소비자들 모두에게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ㆍ신용카드 제외한 모든 업무 허용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업무영역의 확대다. 지금까지 저축은행은 그야말로 고객의 예금을 모아 대출을 실시하는 상호금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고, 방카쉬랑스가 허용되기는 했지만 이를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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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펀드판매업과 신탁업, M&A의 중개ㆍ주선 또는 대리 등의 업무가 허용될 예정이다. 은행에서 하는 업무 중 환전 등 외환업무와 신용카드를 제외한 모든 업무가 허용되는 셈이다. 즉 저축은행은 지역서민들을 위한 지방은행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펀드판매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설계사들도 펀드판매 중개가 허용된 상태다.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의 침체와 함께 펀드가 일반인들로부터 ‘애물단지’처럼 취급받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재테크 수단 중 하나다.
고금리 예금이라는 매력적인 수신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펀드판매업이 허용되면 도약의 큰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펀드판매의 허용은 이미 허용은 됐지만 형식적인 판매에 머물러 있는 방카쉬랑스의 판매 촉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축은행의 업무 및 수익 다각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이용자 입장에서도 저축은행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편의성 확대라는 혜택이 주어진다.
◆소유구조 등 규제 강화로 안정성도 확보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가장 큰 우려는 저축은행의 안정성 문제다. 이 때문에 예금자보호가 되는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저축은행을 이용하라는 것이 마치 하나의 ‘절대 규칙’처럼 인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들어 저축은행의 업무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축은행법 개정안에는 저축은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소유구조 등의 규제는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에는 임원의 결격사유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를 회피하기 위해 대주주 등이 되기 전에 미리 신용공여를 하거나 대주주에 대한 사무실 무상 제공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도 대주주 및 임원의 비도덕적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제를 담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를 도입해 대주주의 자격 유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임원의 자격요건 강화 및 상근임원에 대한 겸직제한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금융 약관의 제정 및 변경 시 사전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대주주 및 임원에 대한 규제 강화는 저축은행의 안정성 및 신뢰도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미래, 하기 나름이다
저축은행의 이 같은 미래 청사진은 싸움판으로 변질된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됐을 때 가능해진다.
현재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지난 17대 국회 때에도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회기가 끝날 때까지 FTA 비준안 등 여야 갈등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결국 18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 국회에 상정됐지만 여전히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 일정으로 인해 2008년을 넘기고 올 2월에 있을 임시국회 때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은 민생관련 법률부터 우선 처리한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황이고, 저축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차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국회 파행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법 개정과 함께 저축은행업계도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아직도 일부 존재하고 있고, 또 그러한 우려가 종종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저축은행업계는 그동안 온갖 규제의 완화를 요구해 왔다. 그리고 그 요구가 사실상 수용됐다. 개정안대로 될 경우 저축은행은 사실상 지방은행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역할과 능력, 그리고 도덕성과 신인도를 갖춰야 한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법이 개정된다면 일본의 신용금고들이 ‘제2저축은행’으로 전환된 것과 유사한 변화를 맞게 된다”며 “업무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는 것으로 당국에서 많은 업무를 허용해 준 것에 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신인도 확보는 이제 저축은행업계 종사자들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