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제카르텔에 대한 대비가 시급

[기고]국제카르텔에 대한 대비가 시급

지철호 공정위 카르텔정책국장
2009.03.20 12:01

최근 미국 EU 등 선진 경쟁당국들이 국제카르텔에 대해 매우 엄중히 제재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자국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는 담합행위에 대해 국적을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규제해왔는데, 오늘날 최전성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미국은 작년 한해에만 카르텔에 대해 10억불(약 1조 4천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연루된 많은 기업의 임직원들을 인신 구속까지 하였고, 그 대부분의 제재를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의 기업들에게 부과하였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부시 행정부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카르텔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하면서 새 행정부에서는 더욱 공세적인 조치(aggressive action)를 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법무성에서 조사하고 있는 국제카르텔이 50건이나 된다고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카르텔에 대해 형사 제재를 하지 않지만 미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행정적인 제재로 부과하고 있다. 작년 1년 동안 부과한 과징금이 무려 22억 7천만 유로(약 4조 2천억원)에 달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이러한 외국 경쟁당국의 과징금 부과 대상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최근 몇 년 만 살펴보아도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D-RAM 가격담합으로 총 4억 8,500만불, 항공운임 담합으로 3억불, 액정표시장치(LCD) 가격담합으로 4억불 등의 과징금을 연달아 부과 받았다. 앞으로 EU에서도 유사한 사건에 대해 제재할 전망이므로 우리 기업에게 부과될 과징금 규모가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국제카르텔에 대한 엄중한 제재는 미국 EU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과 같은 여러 국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국제카르텔 문제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대책을 세워야할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외국으로부터의 제재를 받지 않거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국내법은 물론이거니와 현지의 법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경쟁법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일된 단일규범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각국의 경쟁법을 모두 지켜야하는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다국적으로 활동하거나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이라면 이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기업은 획기적인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임직원 모두가 이를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가격결정 권한을 가진 고위 직급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차별화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카르텔을 한 기업이라면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등을 활용하여 제재 수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각국이 모두 은밀히 이루어지는 카르텔을 적발하기 위해 이를 자진 신고하는 경우 제재를 감경하는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국내기업이 외국의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국가의 법집행 동향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카르텔 설명회를 개최하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국내기업의 행동규칙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소개하는 설명회 개최 등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주요 국가와 협의회 개최 등의 방법으로 외국 경쟁당국과의 협력에도 노력하고 있다.

요즈음 국내외 경제가 위축됨에 따라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하나의 선택으로 경쟁자와 담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카르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과 함께 경기 후퇴시에 카르텔 적발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제재를 감경받기 위한 경쟁이 촉발될 수 있고, 구조조정으로 불만이 있는 임직원들이 자사의 카르텔을 신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내는 물론 국제카르텔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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