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이성태 한은 총재와 이종구 의원 날선 공방
-23일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한은법 개정안 놓고 공방 펼쳐
-재정위 경제재정소위 통과했지만, 재정위 소속 의원의 반발 거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공동검사를 나갔을 때 금감원 측이 '한은에 정보를 주지 말라'고 해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과 이 총재는 한은에 대한 직접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을 놓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이 의원은 "현재 금융기관 검사 및 공동검사 요구권이 다 돼 있다"며 "한은법을 개정하기 전에 법에 나와 있는 각종 권한부터 제대로 활용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못한 게 뭐가 있냐"고 각을 세웠고, 이 의원은 "요즘 같은 정보기술(IT) 시대에 무슨 정보가 그렇게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다그쳤다.
이에 이 총재는 "공개된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뜸을 들인 뒤 금감원이 한은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가로막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당시 금감원 측은 '다소 절차상 하자가 있을 뿐 건전한 은행인데 왜 검사하냐'는 논리였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어 "주지 말란다고 못 받아 오느냐"고 되물었고 이 총재는 "제재권을 갖고 있지 않아 생기는 문제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한은과 정부에서 시장에 투입한 자금은 131조원, 달러공급분까지 합치면 700조원에 이른다"며 "2003년 카드사태 등을 볼 때 한번 금융사태가 터지면 거의 10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데, (중복조사에 따른) 금융기관의 어려움과 위기발생시 비용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금감원은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금융위기를 전제로 한은에 조사권을 준다면 금감원 업무와 중복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는 적절치 못해 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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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답변에서 "한은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장관은 ""전대미문의 세계적인 어려움을 맞이해 지금은 조직이나 이런 문제에 손을 댈 때는 아니라고 본다"며 "금융감독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간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운용의 묘를 꾀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지난 몇 달 간 정부와 중앙은행 간 긴밀한 접촉을 통해 상황 변화에 잘 대응해 왔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이 "한은법을 6월 국회에서 결론지을 수 있도록 두 달 안에 논의를 끝낼 수 있겠느냐"고 묻자 "정부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 달은 너무 짧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조사권이 됐든 정보수집권이 됐든 수요자인 은행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부담스러운 것"이라며 "금융위와 금감원 책임자가 나와 (한은에 정보조사권을 주면) 왜 안되는지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평소 "한은이 조사권을 갖고 있지 못해 현장(금융시장)과 동떨어졌다. 이 상태로는 고유 임무인 물가안정 기능마저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재정위는 이날 한은법 개정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경제재정소위에서 올린 개정안에 대해 재정위 소속 의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