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문제-국민경제가 우선이다

한은법 개정문제-국민경제가 우선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2009.05.04 17:56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한국은행법 개정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국은행법 개정에서 국민경제는 보이지 않고 각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법 개정에서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가?

현재의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이 되어서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금리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정부가 가지고 있던 한국은행의 예산권도 한국은행에게 귀속함으로써 한국은행은 정책결정권과 예산권에 있어서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독립성이라는 명분을 얻은 대신, 실질적으로 한국은행의 영향 하에 있던 은행감독원을 금융감독원에 내주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한국은행이 명분을 얻은 대신 실리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한국은행의 기능에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기능을 추가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하에서 금융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신용경색이 발생함에 따라 발권력, 즉 돈을 찍어낼 수 있는 한국은행의 역할이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의 기능을 담당하려면 한국은행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었다.

그동안 한국은행의 금융감독원과 공동검사 형식으로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감독권한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효과적인 금융감독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의 감독권과 자료제출권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한국은행이 소속된 국회 재경위는 금융안정 기능강화와 감독권 확대를 주축으로 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을 제기되었다. 이에 반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소속되어 있는 국회 정무위는 한국은행 감독권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행법 개정에 정부 여당 내에서 조차 통일된 의견이 없고, 또한 이번기회에 예금보험공사까지도 감독권을 주어야 한다는 논의가 가세하면서 한국은행법 개정논의는 백가쟁명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한국은행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경직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섭섭함, 한국은행을 독립된 개체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한국은행의 정부에 대한 섭섭함, 그리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상호에 대한 불신감이 뒤엉켜 있다. 이번 회기에는 한국은행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이고, 일단 전황은 휴전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은행법 개정을 둘러싼 전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향후 격렬한 논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은행법 논의가 격렬해 지면서 한은법 개정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깊이를 더하지 못한 채 각 기관과 이해당자사들의 자기밥그릇 지키기와 남의 밥그릇 빼앗아 오기식의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각 기관들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가장 중요한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다.

한국은행법은 기관간 파워게임으로 개정되어서는 안되며, 무엇이 국민경제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고 구조인가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그리고 한국은행 등으로 분리된 금융정책 및 감독체계가 금융위기 상황 하에서 어떠한 오류를 범했는지를 먼저 정리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적정금융정책 및 감독구조가 무엇이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통상적인 금융상황과 금융위기와 같은 특수한 금융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약간의 비효율성이 있더라도 금융은 깨지기 쉬운 그릇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중복성이나 중첩성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떠한 기관도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되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가 되어서도 안된다. 또한 다른 경제원리와 마찬가지고 견제와 균형에서 예외대상이 되는 기관을 만들어서도 안된다.

한국은행법 개정은 기관들의 이해가 아니라 국민경제가 최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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