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스토리]펀드 붐의 조건

주식시장은 훈풍을 맞이하고 있지만 펀드시장은 아직 냉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넘어서는 동안 펀드자금이 유입되기는커녕 오히려 꾸준히 환매물량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7월 들어 한달여 동안 유출된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은 1조원이 넘을 정도다.
펀드 냉풍은 과연 언제쯤 가실까? 다시 펀드가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할 수 있을까? 펀드와 관련된 여러 잡음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커져버린 펀드 투자자들이 언제쯤이면 싸늘한 시선을 거둘지 그 시기가 궁금하다.
지난 2006~2007년 일어났던 펀드 열풍은 본격적인 전성시대가 도래하기도 전에 씁쓸한 뒤끝을 남기고 말았다. 펀드 열풍이 분 지 얼마 안 돼 미국발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경험하면서 오랜 기간 손실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
펀드 냉풍이 가시고 다시 펀드가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펀드 붐이 재차 조성되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알아봤다.
◆주식은 오르는데 환매는 계속, 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월1일부터 8월4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1조1740억원어치가 순유출됐고, 해외 주식형펀드는 2490억원가량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8월4일까지를 기준으로 볼 때는 국내 주식형에서 1조4800억원 넘게 빠져나갔다. 결국 펀드 환매는 주식시장이 1500을 타진하기 시작한 7월 이후부터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해외주식형의 경우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 활황 등의 여파로 같은 기간 2580억원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환매(Run) 움직임은 주식시장이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기 전이었던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원금을 회복한 펀드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펀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동안 손실 난 펀드에 지쳐 절절매던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면서 '골칫거리'였던 펀드를 처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펀드환매 물량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증시 분위기가 계속 좋아진다면 펀드 런(Run)은 환매가 아닌 ‘달리는’ 형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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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주식편입비중 활황 수준
펀드가 대량 환매가 일어나는 대신, 일시에 그칠 것으로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가 펀드 내 주식편입비중이 과거 지수 2000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은 7월30일 기준으로 평균 92%로 나타났다.
이것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말 87%에 비해 5%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한 코스피지수가 2000을 맞았던 지난 2007년 10월31일의 93%에 육박한 상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주식편입비중이 94%, 신영자산운용이 98%, 동부자산운용이 97%로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 외에도 한국투신운용(96%), 삼성투신운용(94%), KTB자산운용(94%), 신한BNP파리바운용(96%) 등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이 주식편입비중을 최근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펀드매니저들이 본격적인 환매에 대한 걱정보다는 앞으로의 주식시장을 낙관하고 있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꼭지에서 물린 상처 회복 중
최근 펀드 환매가 많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증시가 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지수 1700~2000대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투자자들이 가장 손실이 컸고, 이로 인해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들어갔던 투자자들의 경우 목돈을 한꺼번에 집어넣는 거치식은 대부분 아직도 원금 회복을 못하고 있고, 일부 적립식의 경우 겨우 원금을 회복한 수준이다.
이들은 펀드 수익률의 단맛을 채 느껴보기도 전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펀드 투자자들은 일제히 손실의 쓴맛부터 경험했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이 상처(트라우마)가 되어 최근 펀드 환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펀드에 대해 막 인식하고 붐이 조성되려고 했을 무렵 금융위기로 인해 엄청난 폭락과 손실을 경험하면서 마이너스 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펀드에 대해 실망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내에 펀드 붐이 본격적으로 조성되었던 시점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만큼 펀드 환매가 지속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이 큰 활황이 오지 않더라도 완만한 상승세만 이어진다면 저금리 상태에서 마땅한 대안처가 없기 때문에 다시 펀드시장으로 돌아오는 움직임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펀드 붐의 재조성은 시간문제라고 평가했다.
◆증시 낙관 분위기 형성되면 재차 붐 도래
펀드 2차 붐이 재차 조성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을 낙관하는 분위기와 신뢰감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소장은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의 절반 정도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펀드시장을 떠났다"며 "이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주가가 장기적으로 더 많이 올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주식시장이 2000~30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돼야 펀드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설사 그 시기에 펀드 붐이 불더라도 이 같은 패턴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왜냐면 투자자들이 다시 고점에 투자를 개시해 오랜 기간 물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영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주가가 오를 땐 쳐다보지 않다가, 계속 주가가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면 그제야 확신을 갖고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확신을 갖고 들어가는 시기에는 꼭지이기 마련인데, 이것은 펀드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결국 펀드 조성 붐이 본격화됐을 때 들어가는 것은 꼭지를 잡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밀물, 썰물 No! 적립식 문화 정착돼야
이처럼 과거 2007년처럼 주가가 꼭지 때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펀드 문화가 정착되는데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재룡 소장은 "주가 고점기에 돈이 잔뜩 들어왔다가 돈이 들어오자마자 손실로 전환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면 펀드투자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어렵다"며 "펀드를 적립식 개념으로 장기투자 상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만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펀드시장이 완전히 죽기보다는 보다 성숙한 상태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민주영 연구원은 "펀드 역사가 100년 정도 된 미국과 5년 안팎인 국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은 펀드시장 정착의 과도기며 앞으로는 더욱 성숙한 시장으로 발전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팅팀장도 "지금처럼 저금리 상태가 계속된다면 대안으로서 펀드투자 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한 사상 유래 없었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각종 펀드 소송 등 잡음이 오히려 펀드시장의 성숙을 가져오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송 팀장은 "올해 자본시장법 시행 등으로 불완전 판매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고, 높은 보수나 환차익 세금 등 펀드시장 내에 부정적이었던 요인들이 많이 가시화되고 개선되면서 많은 시정이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펀드에 데인 상처가 곪기보다는 치유돼 앞으로 보다 성숙한 투자 문화로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