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깝고도 먼 출구(EXIT)

[기자수첩]가깝고도 먼 출구(EXIT)

이새누리 기자
2009.09.09 17:21

"이라크에 '물적지원'을 충분히 하고 이라크전을 미군이 아닌 '이라크인의 전쟁'으로 만들라."

베트남전에서 미군 철수를 이끌었던 멜빈 레어드 당시 국방장관이 이라크전으로 수렁에 빠졌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원조격인 레어드 전 장관은 금융 당국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맹위를 떨쳤던 금융위기가 서서히 진정되자 '출구전략'의 타이밍을 놓고 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대규모로 공급한 유동성을 방치하는 경우 초 인플레이션과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출구전략'을 서둘러 쓰게 되면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도 설왕설래한다. 지난주말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들이 세계경제를 진단하며 제시한 해법을 놓고 다른 해석이 나온 게 이를 증명한다.

한편에선 '경기 회복세'라는 낙관론을 우선시 했고, 다른 한편에선 '상승추세로 전환은 불확실하다'는 신중론에 중점을 뒀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데 큰 이견이 없지만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엔 찜찜한 상황이다.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출구전략 예상시점도 달라진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범위에 따라 일부는 이미 출구전략이 진행됐고 일부는 전혀 안 됐다"고 했다. 금리나 재정 측면에선 출구 근처도 못갔지만 외화 유동성 측면에선 출구로 한걸음 나아갔다는 의미인데, 불확실성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가까인 보이는 출구가 언제 열릴 지는 미지수다. 사실 출구전략의 타이밍 보다 그 방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있을 때 보다 지금이 오히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레어드 전 장관의 조언을 지금의 출구전략에 적용해 보자. 전자는 모자라지 않는 재정확대, 즉 섣부른 긴축정책은 안된다는 걸로 읽힌다. 후자는 정책당국이 아닌 시장의 결정을 유도하라는 얘기가 된다.

이미 시장 일각에선 2.0%로 묶여 있는 기준금리가 3∼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친화적인 출구전략을 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금융위기 종결을 선언하는 축배를 들기에도 이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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