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수익률 게임' 펀드매니저의 삶

'피말리는 수익률 게임' 펀드매니저의 삶

김부원 기자
2009.11.03 10:36

[머니위크]창간2주년 기획/한국의 머니메이커-펀드매니저

[편집자주] 금융계의 꽃이자 핵이라 불리는 머니메이커(Moneymaker) 3총사 PB,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한국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미다스의 손들인 이들 3총사가 우리의 투자시계를 맡고 있는 것이 현실. 대중의 선망 받는 인기 직업군에 속하는 이들의 세계.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의 진짜 맨 얼굴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겉으로 화려한 만큼 속도 화려할까? 연봉은 정말로 많이 받을까?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을까? 현장에서 발로 뛰는 스타급 PB,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를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담아봤다.

종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펀드매니저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곤 한다. 대체로 펀드매니저들은 작품 속에서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의 돈을 버는, 한번쯤 꿈꿔볼만한 전문 금융인이다. 특히 깔끔하고 반듯한 외모, 냉철한 사고와 판단력을 겸비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한 펀드매니저는 실제 모습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들이 펀드 하나에 투자하는 열정, 노력, 시간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비롯한 온갖 고충들은 펀드매니저에 대한 환상 또는 오해에 철저히 가려져 있다.

펀드매니저에게서 흔히 느껴지는 화려함을 동경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직접 펀드매니저가 되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펀드매너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뭘까? 전직 또는 현직 펀드매니저들을 만나 이들의 열정과 고충, 그리고 일상을 살짝 들여다봤다.

◆펀드매니저의 길, 그리고 연봉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모씨. 졸업 후 금융권 입사를 희망하는 김씨가 목표한 직업은 바로 펀드매니저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전공뿐 아니라 금융 및 주식관련 자격증시험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가 대학 졸업 후 바로 펀드매니저란 명찰을 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다.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 취득해야 할 자격증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사회초년생이 첫 직업으로 펀드매니저가 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지 않다. 이론상의 지식보다는 현장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 등 금융권 종사자들 가운데 역량이 엿보이는 경력자들이 펀드매니저로 채용된다. 펀드매니저는 크게 주식담당과 채권담당 두가지로 나뉘며 대체투자를 담당하기도 한다.

3년간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 지금은 시중은행으로 직장을 옮긴 최모씨는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선 관련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격증이 있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펀드매니저를 양성하는 마땅한 교육기관도 없다. 회사 내에서 도제식으로 펀드매니저 교육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주식담당과 채권담당의 연봉에도 차이가 있다. 채권담당의 경우 주니어급 매니저는 연봉이 5000만~6000만원, 시니어급 매니저는 7000만~8000만원, 팀장급은 1억~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와 달리 주식담당의 경우 주니어급 7000만~8000만원, 시니어급 1억~1억5000만원 등으로 채권담당보다 연봉이 높다.

하지만 회사마다 연봉 책정 방식이 다양하므로 이 수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한 6년차 펀드매니저는 "회사마다 성과에 따라 보너스 적용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연봉수준을 잘라 말하기 어렵다. 국내회사와 외국계회사, 대형사와 중소형사마다 차이도 크다. 펀드매니저들의 연봉은 천차만별이다"고 설명했다.

물론 수익률 상위 5%를 2~3년 이상 꾸준히 유지한 스타급 펀드매니저의 연봉은 수억원 수준이 아닌, 수십억원 수준이란 것이 전현직 펀드매니저들의 전언이다.

◆오전 7시, 전쟁 시작

펀드매니저들의 하루는 보통 오전 7시에 시작된다. 7시30분~8시께 열리는 아침회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8시40분에 회의가 끝나면 9시 장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전투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장이 마감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점심식사도 마음 편하게 즐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후 3시 장이 마감되면 한숨 정도는 돌릴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업무가 계속된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오후에 열리는 전략회의, 기업탐방 등은 펀드매니저들이 빼먹을 수 없는 주요 업무다.

국내 대형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혼자만의 아이디어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장이 마감된 후 증권사 애널리스트, 기업 관계자 등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특히 기업에 대한 서류상의 자료보다 직접 기업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느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하루 업무를 마감하고 나면 밤 10~11시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흔하다. 물론 휴일에도 마냥 마음이 편하진 않다.

그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는 잠시나마 주식과 펀드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하지만 쉽지 않다. 적어도 일요일 오후부터는 다음 주 열릴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불안과 단기성과의 압박

펀드매니저들에게 가장 결정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많은 업무량과 부족한 휴식이 아니다. 이보다는 고용불안과 단기성과에 대한 중압감이 펀드매니저들의 진짜 고충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연봉계약직이다. 정규직과 같은 복지혜택은 받지만 고용보장은 없다. 특히 장기간이 아닌 단기간에 성과와 능력을 평가받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펀드 성과가 나쁘다면 1년이 아닌 몇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한 팀장급 펀드매니저는 "펀드 수익률을 평가하는 기간이 적어도 2년 정도는 돼야 다.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길어야 6개월, 짧게는 한달 수익률을 기준으로 펀드와 펀드매니저를 평가한다. 이 때문에 일일 수익률에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3~5년 간 성과를 지켜보는 선진국들과 차이가 크다"고 아쉬워했다.

펀드투자자들이 단기 수익률에 과도하게 집착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에서도 단기성과에 열을 올려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인력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전직 펀드매니저는 "자산운용사 사장들이 펀드매니저 출신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운용마인드가 부족하다. 이들에게는 자신운용사의 이익이 중요하므로 수탁고를 늘리는 게 급선무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펀드 판매를 늘리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하고 또 고객들의 마음을 끌어야 하므로 단기수익률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즉 단기성과로 펀드매니저에 대해 섣불리 평가하는 문화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도 펀드매니저란 직업이 분명 매력이 있기 때문에 많은 고충과 스트레스를 견디며 일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에 대해 펀드매니저들은 절묘한 타이밍의 승부, 주관이 배제된 평가방식, 금융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 등을 꼽았다.

펀드매니저하면 냉정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 같은 업무 특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30대 미혼의 한 남성 펀드매니저는 그건 오해라며 손사래를 친다.

"많은 여성분들이 펀드매니저를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정한 사람으로 오해하시더군요. 물론 일의 특성상 냉철함도 필요하겠지만, 직업 때문에 성격상 결함이 생기진 않습니다. 괜한 선입견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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