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널리스트 말만 믿고 샀는데 기다리다 지쳐 정리하려고 합니다. 증권사 보고서만 믿었다가 낭패를 봤네요".
지난 달 중순쯤 풍력 단조 부품업체에 투자했다는 개인투자자 A씨가 전화를 걸어와 넋두리를 쏟아냈다. 요는 이랬다.
A씨는 올 3월 보유 종목을 정리하고 풍력 단조업체 B사의 주식을 샀다. 당시 풍력주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테마를 등에 업고 상승 흐름을 타고 있었다. A씨의 투자판단에는 풍력주에 대해 "'테마'와 '실적'을 겸비한 우량주"란 상찬을 쏟아낸 증권사들의 분석이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상반기까진 애널리스트들의 말마따나 주가 흐름이 매우 좋았다.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연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글로벌 풍력시장의 침체로 수주 지연 및 취소 사태가 발생하면서 실적 악화가 현실화한 때문이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몇 번이고 '손절매' 타이밍을 엿봤지만 증권사 보고서를 보고 마음을 바꿔 잡았다고 했다. "3분기가 되면 풍력시장이 되살아나고 수주 실적도 회복된다기에 여태껏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웬걸, 실적 회복 기미도 없고 주가는 끝없이 내려가네요. 무조건 사라고 하더니...".
이런 상황이 비단 A씨만의 사례는 아닐 것이다. 풍력주에 대해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보인 그간의 모습은 투자자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풍력발전 업황이 최악인 데다 해당 종목의 실적과 펀더멘탈이 악화되고 있는 데도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까지도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에 마지못해 목표주가를 한꺼번에 대폭 낮추면서 "저가 매수 기회"라는 보고서를 낸 증권사도 있다.
애널리스트라고 해서 업황 전망이나 실적 개선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을 것이다. 업황이 개선되면 국내 풍력 단조업체들의 실적이 되살아나 주가가 다시 뛸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의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고 '매수' 의견을 내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기업의 '현재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무책임한 '무조건 매수' 보고서는 이제 정말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