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세청의 선글라스

[기자수첩]국세청의 선글라스

송선옥 기자
2009.10.11 17:18

“노원, 북인천 세무서장 계십니까? 앞에 한번 나와 보시죠”

지난 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장.

질의와 대답이 이어지며 다들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던 오후 6시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이 감사장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무서장을 불러 들였다.

순간 감사장 안에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서울청 소속 세무서장 24명과 중부청 소속 세무서장 19명이 하루종일 멍하니 감사장에 있다 받은 첫 호출이었다.

강 의원이 서기관급 두 세무서장을 부른 이유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때문이었다. 두 세무서 직원의 불친절을 꾸짖는 불만의 글이 국세청 고객만족센터에 올라왔던 것.

강 의원은 “국세청 직원이 이래서는 안된다”며 두 세무서장은 물론 국세청 전체를 호되게 꾸짖었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강 의원의 질타를 듣고 난 뒤 “국세청장으로서 제가 사과를 드리겠다”며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세금이나 국세청에 대한 불만, 건의사항이 접수되는 국세청 고객만족센터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납세자 의견이 올라온다. 강 의원의 지적대로 불만 사항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친절해서 감사했다” “00세무서 △△△직원을 칭찬합니다”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백 청장의 의욕적인 개혁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에 대한 시장과 국민의 불만이 여전하다. 국세청은 국민에 봉사하는 서비스기관이 아니라 '영원한 갑(甲)'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세청은 정치적인 세무조사 배제, 민간전문가 기용을 통한 조직구조 개방 등 개혁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강 의원의 지적처럼 개혁의 핵심은 '납세자의 마음 곁으로 어떻게 다가설까'여야 한다. 외부호응 없는 내부개혁은 먼 산의 메아리일 뿐이다.

초보 엄마, 교육학과 학생들이 아이를 대할 때 집중적으로 훈련받는 일이 '눈빛 교환(eye contact)'이다. 눈빛에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보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신뢰를 얻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영원한 갑인 국세청도 그들만의 선글라스를 벗고 납세자와 국민을 향해 솔직한 눈빛교환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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