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는게 낫겠다?" 영리병원 침묵하는 복지부

"입 닫는게 낫겠다?" 영리병원 침묵하는 복지부

최은미 기자
2009.12.15 14:16

보건복지가족부는 14일 저녁 6시 35분 출입기자들에게 동시에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연구 용역결과와 관련,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려던 브리핑 계획이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복지부와 재정부는 의료기관의 자본조달 활성화와 경영효율화 등을 꾀하기 위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여부를 검토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기는 것. 도입 효과와 부작용 등을 미리 검토해 정책방향을 결정짓기 위해서였다. 두 부처 모두 합의했고, 6개월여 만인 15일 오전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연구결과는 의료비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고용창출 등 산업적 측면에서 기대효과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며 도입방안을 논의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두 부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도입방안과 부작용 보완방안 등을 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여기까지가 예정된 수순. 문제는 공식 보도자료가 배포된 직후 재정부가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감행하며 시작됐다. 지난 14일 오후 3시 경 공식 보도자료가 배포된 후 부처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브리핑을 먼저 진행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재정부는 합의된 보도자료 내용 중 "향후 도입방안과 부작용 보완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문구를 들어, "어떤 방식으로 도입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인지 논의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인 만큼 도입이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좋다"고 설명했다. "합의된 문구"인 만큼 도입여부 논란은 방점을 찍었다고 봐도 된다는 것.

재정부의 백브리핑 소식을 전해들은 복지부는 그때부터 '노코멘트'로 방침을 바꿨다. 공식 브리핑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 보도자료 외에 어떤 멘트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방안과 가능성을 논의하겠다는 것일 뿐인 만큼 브리핑까지 하면서 더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중요하다"며 "보완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도입에 찬성할 수 없다는게 현재 복지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보도시한이 지날 때까지 논란을 촉발시킨 공식 보도자료 문구를 수정하지 않았다. 유일한 공식입장인 보도자료에는 도입이 기정사실화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남겨두고 뒤로 숨은 채 기자들의 개별적인 질문에만 "절대 아니다"고 손사래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논의 자체가 이슈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라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의를 해보자는 게 우리의 입장인데 재정부가 마치 다 된 것처럼 발표해버리니까 입을 닫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복지부의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입을 다문 것 자체가 재정부의 입장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 아니냐는 것부터, 미리 합의해놓고 공식적으로 발표할때가 되자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다양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 말대로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이 났는데 재정부가 앞서나간 것이라면 앞으로 진행하겠다는 토론은 무의미한 것 아니냐"며 "그런식이면 수십조원을 들여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기 전엔 30여년간 한번도 바뀌지 않은 '낡은 의료법'이 절대 개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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