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지하세상ㆍ지하왕국/ 지하도시
서초동 삼성타운에서 근무하는 최장진(34) 씨는 최근 삼성동에서 저녁 약속이 많다. 이유는 갑자기 뚝 떨어진 수은주 때문이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약속을 잡으면 기다리는 동안 추위에 떨 필요가 없다. 요즘 같은 기온에는 최적의 약속장소다.
비가 오더라도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비 한방울 맞지 않고 갈 수 있어서다. 회사가 2호선 강남역과 연결돼 있는데다 삼성역 코엑스 전역까지 지하로 연결돼 있다.
문화공간도 다양해 일부러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없다. 각종 전시와 공연, 이벤트가 끊이지 않고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풍부하다. 지하도시에서 저녁 일과가 끝나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봉천역 지하철 출구에서 집까지 500m의 거리가 유일하게 야외를 경험하는 구간이다.
◆10살 맞은 코엑스몰 "추운 날씨 고마워"
올해로 개장 10년을 맞은 코엑스몰은 아시아 최대규모의 지하 복합 쇼핑몰로 약 11만9000㎡(약 3만6000평)의 거대 지하 공간이다. 국내 최대 영화관인 메가박스와 테마형 수족관 아쿠아리움, 대형서적과 음반코너 등 국내 최대 매장이 밀집된 곳이기도 하다.
면적이 넓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았다. 길을 잃은 미아들이 엄마를 찾아달라며 몰 한복판에서 우는 일이 빈번했고, 한번 매장을 찾았던 이용자가 다시 그 매장을 찾지 못해 문의전화가 폭주하기도 했다.
유동인구 또한 국내 최대다. 코엑스몰에 따르면 1일 유동인구는 주중 약 10만명, 주말 약 15만~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궂은 날씨나 덥고 추운 기온을 보이는 날이면 대부분의 유통업계가 눈물을 흘리지만 이곳만큼은 예외다. 비가 오는 날이나 매서운 추위를 보이는 날이면 오히려 평소보다 이용객이 50% 더 몰린다.
사실 코엑스몰은 무역센터를 찾는 전 세계 400여개국의 바이어를 위한 공간으로 계획됐다. 1996년에 무역센터 확충계획이 발표되면서 한국을 찾는 바이어에게 편리한 비즈니스 환경을 고민하다 당시 화두였던 관광 쇼핑 인프라 부족을 한번에 해소하기 위한 코엑스몰을 짓게 됐다.
지금은 오히려 코엑스몰이 관광객을 불러들일 정도로 유명해졌다. 코엑스몰 관계자는 “매일 150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코엑스몰을 구경하기 위해 찾고 있다. 거대한 지하도시라는 매력 때문에 특히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일본이 대표적인 지진 발생국가다 보니 대형 지하시설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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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지하도시 코엑스몰 두배 넓이
최근 서울시가 지하도시 건설을 가시화하면서 삼성동 코엑스몰과 같은 지하 시설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제2롯데월드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토지면적 8만7000㎡(2만6500여평)을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보여 거대 규모의 지하공간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자적인 지하공간이 아닌 지상 123층 지하 4층의 수퍼타워가 중심이니 만큼 대규모 지하도시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다.
순수한 지하도시로 최근까지 논란이 됐던 곳은 강남대로 주변이다. 서초구는 지난 2006년 지하철 양재역과 강남역 논현역을 잇는 3km 구간 지하 5~6층의 깊이에 폭 40m 면적 66만1160m²(20만평)의 지하도시를 2012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신분당선 개통과 맞물리면서 지하도시 건설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지하도시를 건설할 경우 신분당선 개통시기가 늦춰지고 방재와 교통혼잡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지하도시는 용산이 유일하다. 용산공원과 용산역, 국제업무지구 주변 등 28만7300㎡에 2430억원을 들여 2012년까지 대형 지하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구조는 코엑스 몰처럼 백화점, 호텔, 무역센터 전시장 등이 서로 연결돼있는 구조지만 면적은 코엑스 몰에 비해 두배나 넓다.
◆서울시 가이드라인 만들겠다
최근 서울시는 지하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하도시 건설 계획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주한 '지하·입체도시 조성 마스터플랜 수립에 대한 발주' 공고에서다.
서울시는 올해 8월까지 지하도시 시범지구 2곳을 선정하고 202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시범지구는 서울시에서 정책결정 후 제시할 예정이다.
마스터플랜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용역을 통해 지하도시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한편 지하공간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지하·입체도시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는 목적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지하도시 건설 계획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다만 이번 마스터플랜 용역을 통해 앞으로 있을 무분별한 지하도시 건설에 가이드라인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새로운 지하도시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세운상가 4구역이다. 서울시가 도심재창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지역을 초록띠 공원사업의 세번째 축으로 결정하면서 대규모 지하도시를 이 일대에 건설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지하철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실제 시범구역으로 결정될 지는 미지수다.
한동안 잠잠하던 지하도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 캐나다 몬트리올 언더그라운드시티를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오시장은 귀국 후 가진 실국 간부회의에서 “지하도시 건립방안을 연구해 도시계획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오 시장은 “세운지구에 들어서는 7개 건물에 별도의 출입구와 주차장을 짓는 것은 큰 낭비”라며 “지하를 공동 개발하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