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으로 간 'KTX 드림'

땅속으로 간 'KTX 드림'

지영호 기자
2010.01.12 11:11

[머니위크 커버]지하세상ㆍ지하왕국/ 지하도로

# 요새 집에 자주 바래다준다고 여자친구한테 점수 따고 있어요. 여자친구는 분당에 살고 저는 일산 사는데요. 넉넉히 1시간이면 여자친구 집에 데려다주고 올 수 있게 됐거든요. (대학생 최모군)

# 어제 일 끝나고 인천 문학구장 다녀왔어요. 제가 SK팬인데 홈구장 가서 응원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20분 만에 도착하던데요. 다음 주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모터쇼 한다는데 동료들과 함께 가보려고요. (직장인 정모씨)

# 동탄 집에서 통학하고 있어요.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다니니 얼굴 좋아졌단 소리 많이 들어요. 요새 기숙사 비용도 오르고 자취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걱정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한번에 해결됐어요. (대학생 김모양)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가상으로 꾸민 이야기다. 이 글이 올라온 가상 스토리 방송국의 DJ는 삼성역에서 일산 방송국까지 오는데 딱 18분51초 걸렸다고 자랑한다. 모두 GTX(수도권 대심도 광역급행철도)가 도입된 이후 달라질 생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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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땅속 KTX 부푼 꿈

최근 경기도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GTX(Great Train eXpress)는 지하 40~50m 공간에 최대속도 200km/h를 달리는 광역철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동탄에서 삼성까지 18분, 삼성에서 킨텍스까지 22분, 경기권 어디서도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 진입이 가능한 땅속 KTX다.

경기도가 제안한 노선은 크게 세개다. 경기 서북부와 동남부를 가로지르는 킨텍스-수서(동탄) 노선(수서 46.3km, 동탄 74.8km)과 수도권 노선 가운데 통행량이 가장 많은 인천·부천 축을 서울 도심과 연결하는 청량리-송도 노선(49.9km), 서울 남북축을 가로지르는 의정부-금정 노선(49.3km)이다.

킨텍스-수서 노선은 동탄2신도시, 강남, 서울도심권, 킨텍스를 연결해 경부축과 경의축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노선이다. 청량리-송도 노선은 인천 경제자유구역, 인천도심, 여의도, 서울도심, 청량리를 잇는 노선으로 용산국제업무단지와 한강르네상스 개발지구와 연계해 개발되며, 의정부-금정 노선은 금정, 과천, 강남, 청량리, 의정부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동부간선도로의 승용차 수요를 흡수할 전망이다.

완공 시기는 2016년이 목표다. 경기도는 GTX 3개 노선이 완공되면 하루 76만명이 이용하고 하루 40만대의 자동차 통행이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토해양부가 타당성 검사를 위해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로 당초 계획보다 8개월 정도 늦어진 7월에 세부 계획이 발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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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잠실-상암 25분 주파할 것’

지난해 8월에는 'U-SMART way'라는 서울시의 도심 지하도로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동서로 연결되는 3개축과 남북으로 연결되는 3개축 등 6개 격자형 지하도로다. 지하 40~60m 깊이에 뚫리는 이 도로의 전체 총 연장은 149km다.

동서 연결도로 3개축 가운데 1축은 상암-도심-중랑(22.3km) 구간, 2축은 신월-도심-강동(22.3km), 3축은 강서-서초-방이(30.5km)다. 남북 1축은 시흥-도심-은평(24.5km) 구간이고, 2축은 양재-한남-도봉(26.3km), 3축은 세곡-성수-상계(22.8km)다. 더불어 2개의 도심순환망 11km와 70개의 진출입로 시설도 함께 건설된다.

서울시는 지하도로 건설로 인해 지상 교통량의 21%가 지하도로에 흡수되고 지상 통행속도는 8.4km/h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양재에서 서울 도심까지 39분이 걸리던 시간이 1/3인 13분으로 단축되고, 잠실에서 상암동까지 1시간3분 걸리던 것이 25분으로 줄어든다. 서울 전역이 30분대에 이동 가능해지는 셈이다.

가장 빠르게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동서 3축인 세곡-성수-상계 노선이다. 올해 기본설계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단계적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3축의 주요 간선도로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로 동북권 르네상스 사업의 빠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서 3축이 공공재정을 투입해 무료 도로로 건설하는 반면 동서 1, 2축과 남북 1, 2축은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한다. 적격성 검토가 끝나면 2013년 사업시행자를 결정하고, 2014년부터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통행료는 1회 이용 시 약 3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한강 이남의 동서를 잇는 강서-서초-방이 노선은 각종 여건을 고려해 후순위로 밀렸다.

◆제물포길 지하도로 가장 빨리 완공될 듯

이에 앞서 여의도와 경인고속도로를 잇는 제물포길 여의대로에서 신월IC까지 9.7km 구간에 지하 40m, 왕복 4차로의 지하도로가 우선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가칭 서울제물포터널을 2011년 6월 착공, 2015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이곳은 혼잡 시 40분 이상 걸리던 곳으로, 지하도로 이용 시 10분으로 단축된다.

이 도로의 콘셉트는 도로 다이어트다. 지상부 왕복 10차선을 6차선으로 다이어트하고 부족한 도로는 지하로 돌렸다. 지상에서 사라지는 4개 차선은 주민들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재탄생한다.

고인석 서울시 도로기획관은 “제물포길 지하화라는 변화를 계기로 그동안 발전이 정체됐던 양천ㆍ강서 생활권과 목동역-신정역-까치산역 등 역세권을 중심으로 업무ㆍ상업 기능이 대폭 확충될 것”이라며 “서남권지역이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상승 정체구간인 강변북로와 서부간선도로도 지하화 작업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강변북로 양화대로-원효대로 구간에 현 왕복 8차선 도로는 유지한 채 한강 밑으로 터널을 뚫어 4.9km의 왕복 4차선 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성산대교 남단에서 금천구 독산동 안양천교에 이르는 서부간선도로 11km 구간도 지하화된다. 서울시는 두구간을 각각 2016년과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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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안전 등 넘을 산 많아

서울 수도권의 대심도 계획으로 인해 지상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고 도심 진출입이 보다 수월해 지지만 비용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서울제물포터널의 사업비용은 5500억원, 서울시의 지하도로 계획은 11조2000억원이나 든다. GTX의 경우 민자사업 유무에 따라 11조~14조원가량 든다.

이 같은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하 40~50m에 건설되는 지하 교통망이다보니 토지보상비용은 적지만 지상에 비해 공사비가 많이 들고, 안전 시설물에 대한 부담이 큰 탓이다. 따라서 정부가 통행료로 수익보전을 해준다 하더라도 시공 중에 들어갈 막대한 자금이 건설사의 참여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안전성이나 사업성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시가 그동안 마련한 공청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서울시 대중교통 중심 정책이 후퇴하는 것이며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특히 지하도로 같은 밀폐 공간에서 충돌 사고나 화재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어 안전 대책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GTX와 같은 깊이에 건설 계획이 잡혀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11월까지 기본계획 용역을 완료키로 한 계획을 수정해 올 2월까지 좀더 많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며 “국내 토목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기술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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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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