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용 다른 기업평가가 부른 이상한 소송전

내·외부용 다른 기업평가가 부른 이상한 소송전

김동하 기자
2010.04.12 08:00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안진회계법인과 케이씨오에너지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안진회계법인이 용역을 받아 평가해준 케이씨오에너지 자회사 러시아 톰가즈네프티사의 주식가치평가보고서를 '용도 외'로 사용했다는 이유입니다.

케이씨오에너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러시아 소재 톰가즈네프티에 대한 주식가치평가업무와 관련한 용역계약을 케이씨오에너지와 체결하고 주식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 교부했습니다.

평가결과 톰가즈네프티는 매출액이 무려 63억5100만달러(한화 7조2370억원)에 달했고, 순현재가치(NPV)만 3억1149만달러(한화 3549억4285만원)였습니다. 사업내부수익율(IRR)은 39.24%로 매우 높았죠. 케이씨오에너지는 톰가즈네프티의 자산양수도신고서에 이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안진회계법인은 평가보고서 '용도외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처분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국 케이씨오에너지는 당초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및 우리회계법인의 평가를 받았다던 공시에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빼고 우리회계법인만 평가한 것으로 정정공시했습니다.

이후 케이씨오에너지는 이 가처분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4월에 가처분결정을 취소했습니다. 그러자 안진회계법인은 이 결정에 불복해 또 다시 대법원에 항고했습니다.

회계법인의 평가보고서를 놓고 이처럼 소액주주들은 알기 힘든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내부용으로만 쓰라는 주식가치평가보고서를 외부로 활용한케이씨오에너지도 이상하지만, 보고서를 평가해주고 나서 내부에서만 쓰라는 안진회계법인도 석연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장사와 회계법인들간의 같은 풍경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회계법인들은 용역을 의뢰한 기업의 요청에 따라 '내부용' 혹은 '외부용'으로 구분해서 기업가치 평가를 합니다.

내부용은 기업의 보고를 토대로 비교적 가치를 후하게 평가해주는 경우가 많고, 실사(Due diligence)와 같은 단계 등도 없기 때문에 외부용에 비해 비용도 저렴합니다.

때문에 속된 말로 내부용 보고서는 용역을 주는 기업이 '부르는 게 가치'라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외부용 자료는 훨씬 깐깐하게 평가됩니다. 회계법인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만큼, 검토하는 자료도 많고 실사도 까다롭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케이씨오에너지와 안진회계법인은 바로 이 점에서 충돌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후하게 매겨진 러시아 자원개발회사의 '내부용' 가치평가보고서를 케이씨오에너지가 주식인수를 위한 '외부용'으로 사용하자 서로 치받는 소송전이 벌어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편, 케이씨오에너지 전대월 대표이사는 이 기업가치 평가 문제로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뒤 지난 2008년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전 대표가 톰가즈네프티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톰가즈네프티의 지분 매각대금 684억원과 톰가즈네프티 지분의 적정 거래가격과의 차이로 회사에 6억31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안진회계법인의 주장대로라면 케이씨오에너지는 왜 약속을 어기고 외부용으로 보고서를 활용했을까요. 한 회계사 출신 인수합병(M&A)전문가는 이렇게 추측했습니다.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고 모험을 한 거겠죠. 비싸게 평가받아 주식으로 벌 수 있다면 소송은 큰 문제가 아니란 거죠. 일반적으로 대형 법무법인이나 유명한 변호사에게 몇 십억만 쓰면 법적인 리스크는 크게 줄어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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