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랜드마크 신기루/ 151층 인천타워
2008년 6월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신도시를 찾았다.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을 비롯해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존 포트만 포트만홀딩스 회장 등도 함께 했다. 송도신도시 6·8공구에 들어설 151층 인천타워 기공식이 열리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 안 전 시장 등이 착공을 알리는 발파 단추를 누르며 인천타워 건립을 약속하고 기념했다. 송도신도시에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이 우뚝 솟을 것이란 기대감을 한껏 키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2년이 넘은 지금 그 기대감은 차츰 허무함 내지 의심으로 바뀌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인천타워 건립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천을 상징하며 지역 경제 발전을 이끌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인천타워가 이젠 신기루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랜드마크가 되기를 꿈꾸다
인천타워는 계획상 송도랜드마크시티 총면적 580만㎡(176만평)중 17만㎡(5만3000 평) 부지에 587m 높이, 151층 규모로 건립된다. 동아시아에서는 최고 높이고 세계에서는 623m, 160층 규모의 버즈두바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정도라면 인천이 아닌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 법하다.
인천타워는 기공식 당시 2013년, 늦어도 2014년 상반기까지 오피스, 호텔, 주거, 콘도미니엄, 상업시설 등을 두루 갖춘 복합 시설로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사업비는 3조원가량이고 미국 포트만홀딩스,삼성물산,현대건설(164,700원 ▲2,700 +1.67%), 에스와이엠(SYM)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가 사업시행을 맡았다.
인천타워 주변에는 중앙호수와 18홀 규모의 퍼블릭골프장, 바다와 접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주거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인천타워를 중심으로 '꿈의 도시'가 탄생할 것이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신기루에 불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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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인천타워 건설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완공 시점이 2013년에서 2018년으로 미뤄졌다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인천타워가 별다른 문제없이 분명히 건립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하면서 인천타워 건립이 없던 일로 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송 시장은 취임 전부터 인천타워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송 시장 취임 전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송도지구 건설과 관련해 외국기업과 불공정 계약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인천타워 사업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인천시청 로비에 전시돼 있던 인천타워 모형과 시장 접견실에 있던 조감도 등이 치워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천타워 사업 전면 중단 가능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역시 인천타워 건립 여부에 대해 뾰족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처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지난 7월30일 테스트파일 작업을 완료한 상태"라며 "현재는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타당성을 파악하고 있고, 효율적인 방안을 수집하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인천시장이 바뀌면서 인천타워 건립을 큰 차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도 담긴 말이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계획이 어떻게 재조정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최대한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며 "인천시나 경제자유구역청 모두 좋은 방안을 마련해서 사업을 잘 진행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까지 기공식에 참석하며 시민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줬던 인천타워가 정말로 인천의 랜드마크로 탄생할지, 아니면 결국 신기루로 끝을 보게 될 지 현재로선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인천타워 신기루에 휘둘리는 '송도 부동산'
"요즘 아주 한가하니까 아무 때나 오셔도 상관없습니다."
"송도신도시 부동산시장 현황을 듣기 위해 내일 잠시 방문해도 되겠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공인중개업자가 답한 푸념 섞인 한마디다.
전화통화를 마친 후 약속대로 다음날 '송도 더샾 퍼스트월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박경하(가명) 대표를 만났다. 우선 박 대표에게 인천타워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당연히 인천타워가 계획대로 차질 없이 건립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게 인천 시민이자 공인중개업자로서 박 대표의 바람이었다.
다만 지자체와 사업자들이 인천타워 건립에 대한 장밋빛 사업계획만 발표해 놓고 책임지지 못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더욱 들쑤셔 놓은 꼴이 됐다고 박 대표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검단신도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다 2005년 송도신도시로 왔다는 박 대표는 "지난해 중순까진 하루에 적어도 한 건 이상 계약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호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침체되더니 송도신도시 아파트 중형의 경우 최소 1억원 이상 가격이 내렸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송도신도시 풍림아이원 109.09m²(33평)는 지난해 8~9월 4억5000만~4억7000만원까지 호가되고 최소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 8월19일 실거래가는 3억3500만원이다.
성지아파트 112.39m²(34평)는 지난해 8~9월 5억1000만~5억2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4억1000만~4억200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한진해모로 역시 같은 수준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현대아이파크도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아파트 109.09m²(33평)의 경우 지난해 5억1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4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는 실정.
사실 박 대표가 꼽은 집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강도 높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다. 하지만 최근 인천타워 건립에 대한 기대감마저 식으면서 시장 분위기가 더욱 싸늘해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다주택자들이 집값 하락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매물은 많은 편이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그나마 부동산 재테크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실거주자들이 간혹 있어 일주일에 한두 건 정도 겨우 계약을 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송도신도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 박 대표는 "당장 인천타워 건립은 알 수 없게 됐지만 다른 기반 시설들이 뒷받침해주지 않겠냐"며 "갓 난 아이가 청년이 될 때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인천타워 사업이 표류하는 것도 송도신도시가 더욱 발전하기 위한 진통과정일 뿐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