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OECD 자살률 1위 불명예를 벗으려면

[기고]OECD 자살률 1위 불명예를 벗으려면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2010.11.17 07:28

현대 사회 건강문제 가운데 인류를 가장 괴롭힐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단연 정신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2020년 사회부담을 초래하는 세계 10대 질병 가운데 우울증, 알코올 사용장애, 정신분열병 등 3가지 정신질환이 포함돼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자살률은 우리의 정신건강문제의 현주소를 잘 반영한다. 최근 5년 사이에 우울증은 40%, 자살은 23%가 증가하는 등 현대 한국사회에서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6년 실시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중 17.1%가 지난 1년 중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자 삶에 심각한 어려움을 안겨줄 뿐 아니라 노동력 상실과 조기 사망에 이르는 등 사회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암, 치매, 중풍 등은 대부분 장년 및 노년기에 발병하므로 노동력 상실이 적어 사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정신질환은 대부분 20대에 발병하게 되므로 노동력 상실이 심각하다. 환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꽃 피울 나이에 질병과 싸우느라 원하는 경력을 쌓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재발되면서 대인관계, 직업능력에 손상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정신질환이 발병하면, 노동력이 저하되면서 사회적 계층이 점진적으로 하락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일이 흔하다. 특히 정신분열병 등 중증정신질환을 초기에 잘 치료하지 못하면, 발병 후 62%가 무직상태에 이르고, 많은 이들이 의료급여수급자가 되어 정신보건시설에 장기입원하게 된다.

건강보험재정에서 정신질환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3%인데 비해, 의료급여의 경우 18.8%를 차지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양극화를 막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정신질환을 앓게 된 이들에게 좋은 치료를 제공해 조기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의료급여 정신과 적정성 평가를 환영한다.

심평원은 입원시설, 정신과 의료 인력현황, 약물 및 정신요법 치료수준, 평균재원일수, 계획되지 않은 재입원율 등 의료급여 정신의료기관의 진료 서비스에 대해 평가한 후 1-5등급으로 나누고 그 명단을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소비자에게 병원 선택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기관 간 서비스 질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특히, 평균재원일수와 의사대비 환자수를 지표에 활용해 정신병원을 평가한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대규모 시설 위주의 정신보건정책 방향을 버리고, 지역기반의 진료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심평원의 평가는 지역정신보건사업과의 연계를 충분히 보지 않았다는 점과 의료급여에 국한하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기는 하다. 수년 이상인 장기재원 환자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폐쇄적인 병원 중심의 정신보건에서 진일보해 지역사회 정신보건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신질환자들이 빈곤과 영구 수용의 악순환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으로 처음 진단받았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적정한 가격에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환자의 정신질환 적정성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어렵게 실시한 정신병원 적정성 평가가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그 평가 결과가 선순환의 고리에 접어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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