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프리미엄 로드/ 황량했던 이태원길,럭셔리 1번지 부각
국립극장을 지나 그랜드 하얏트호텔로 오르는 남산순환도로를 지나치면 만나게 되는 북한남삼거리. 차선 4개 중 3개 차선은 한남대로로 향하고 1개 차선만이 이태원로를 향해 있다. 그만큼 외면당한 길이다.
공중의 고가도로도 마찬가지다. 남산1호터널을 나온 차량이 이태원길로 빠지는 샛길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차량은 모두 강남으로 향하는 한남대교를 향해 질주한다.
주변 건축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거리 동쪽으로 수입 모터사이클의 대명사인 할리데이비슨 매장과 국내 대표적인 와인 업체인 신동와인이 한남동의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한남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LED 커든윌로 시공한 다음커뮤니케이션 한남오피스까지 가세한다.
반면 서쪽의 스카이라인은 남산이 전부다. 용산국제학교가 있지만 남산 숲에 쌓여있어 위치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한강진역까지 가야 한적한 시골 변두리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바로 이 일대에 프리미엄 거리가 용트림하고 있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제일기획까지 약 500여미터, 이른바 ‘문화의 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회장 자택' 상징성에 리움 가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 남쪽 지역은 '한국의 베벌리힐스'이라 불리는 호화 주택가였을 뿐, 상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삼성가의 영빈관인 승지원과 리움미술관이 있다는 정도가 관심을 끌 뿐이었다.
최고급 주택가에서 프리미엄 상권이 자라나는 데는 역시 삼성그룹의 역할이 컸다. 국내 최대 재벌가인 이건희 회장의 자택이 있는 곳이라는 상징성에 지난 2004년 부인 홍라희 여사가 주도해서 개관한 ‘리움 미술관’이 가세하면서 프리미엄 상권의 전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가에서 이 일대 부지를 다수 보유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8월 삼성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이곳에 매장을 열면서 또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리움박물관 진입로에 지하1층 지상 5층, 1719㎡(520평) 규모로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브랜드인 꼼데가르송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 잡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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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널로부터 유통권을 사들인 제일모직이 인수 이후 벌인 첫사업이 한남동 매장의 오픈일 정도로 공을 들인 곳이다.
재계 순위 2위의 현대차그룹도 이 길을 보고만 있진 않았다. 아우디자동차 맞은편에 현대카드가 내년 3월부터 공연장을 짓는다. 지상3층, 지하6층에 3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다. 현대카드는 이곳에서 다양한 고급 문화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현대카드·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사위다.

◆속속 몰리는 최고급 명품숍
프랑스 유학파 에드워드 권이 이곳에 자리를 튼 것은 의외였다. 에드워드 권은 지난 5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더 스파이스’라는 레스토랑을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이 아닌 한남동에 냈다.
에드워드 권은 두바이 7성급 호텔인 버즈알아랍호텔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한 경력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인물로, 다양한 방송활동을 통해 명성을 쌓아가는 스타 셰프다.
더 스파이스 옆에는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그룹의 패션5(Passion5)가 입점해있다. 국내 최대의 제과제빵 기업인 SPC그룹 소유의 땅을 활용해 만든 건물로 그룹 내 홍보, 기획팀이 이곳에 상주해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국의 특색 있는 빵은 물론 수제 초콜릿과 푸딩 제품을 선보이는 프리미엄 디저트 갤러리다. SPC그룹은 이 매장을 신제품 테스트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리미엄 상권에 어울리는 상점도 다수 들어섰다. 수입차 브랜드인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비롯해 앙드레김 주얼리 등이 길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제일기획 맞은편의 IP부티크호텔도 최근 새단장을 마치고 영업에 한창이다. 건축가 유이화 씨의 문화공간 비숍(b-shop)과 디자이너 박수우 씨의 수우(SUUWU), 미술작가 최소연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갤러리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역시 이 지역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는 상점이다.
한편 한강진역 3번 출구는 이곳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소다. 과거 한남동 운전면허시험장 자리에 뮤지컬 및 대중음악 공연장인 쇼파크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개장이 내년 10월로 예정돼 있다. 지하4층 지상4층 연면적 3만㎡ 규모로 코오롱건설에서 내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쇼파크 개장 시점이 되면 한남동 문화의 길 상권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로나 홍대 상권이 그랬던 것처럼 문화공연장의 파급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권 프리미엄은 이미 반영된 듯
“3.3㎡에 1000만원은 기본입니다.”
아파트 가격도, 토지 가격도 아닌 문화의 길 인근의 상가 권리금 이야기다. 권리금 상승은 한남동 문화의 길의 가치를 대변해준다. 30평대 상점 권리금은 3억원선, 40평대 상점 권리금은 4억원이다.
높은 권리금에도 불구하고 문화의 길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용산구 한남동2가에 위치한 우리부동산의 권위영 사장은 “강남에 버금갈 정도로 상가 임대료가 비싸지만 하루에도 20~30명이 문의를 해올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고 전했다.
문의하는 이들은 과거 강남 골목상권을 주도했던 압구정 로데오 거리 상인들이 많다.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에 명성을 빼앗기면서 얻은 뼈아픈 교훈 탓이다. 발빠른 가로수길 상인들 역시 신흥 상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계약까지 이르기는 쉽지 않은 눈치다. 문의만 있지 높은 가격 탓에 입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간혹 이뤄지는 계약은 외국인들 몫이다. 이태원 상권의 영향 탓인지 아프리카나 아시아계 큰손이 한국인을 내세워 계약하는 사례가 많다.
권 사장은 “강남 일대에서 영업하던 사장님들의 문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제 계약은 외국인들 몫”이라고 설명한다.
토지 가격도 상승세다. 1년 전 이태원로변 토지 가격은 3.3㎡당 5000만~6000만에서 최근 7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인근 신축 중인 건물이 하나 둘씩 완공되면 평당 1억원도 가능하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자들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