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위생 까다롭기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일 겁니다."
식음료 분야를 맡은 지 두 달이 채 안됐지만 취재원을 만날 때마다 흔히 듣는 얘기다. 이 말에는 어느 나라보다 믿을만한 식품을 만든다는 한국 식품기업의 자부심이 담겨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식품업체 특유의 자조 섞인 고충도 녹아 있다. 원재료값 급등에도 정부 눈치 보느라 가격을 올리기 어렵고, 그래서 허용된 범위에서 불어난 비용을 감당해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식품업계 CEO들의 모임 현장을 찾을 때면 "힘들다"는 목소리가 강도 높게 쏟아진다.
이런 가운데 생후 6개월 미만 아기용 프리미엄 분유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다는 발표로 매일유업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4일 새벽 4시 매일유업 분유에서 식중독균이 나왔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기를 둔 엄마들의 항의는 빗발쳤고, 기업 이미지는 떨어졌다. 당일 개장하자마자 매일유업 주가도 급락세를 맞았다.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 긴급 회수에 나섰다.
여기까지는 이전에도 수차례 봤던 장면이다. 그러나 이후부터 매일유업 행보는 이전과 다르다. 매일유업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식중독균 검출'이라는 팩트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체적으로 제3의 국내공인기관에 의뢰해서라도 진상규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100억원대 시설투자까지 해가며 해당 제품 위생 관리에 철저했는데 식중독균이 기준치 이상 나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례적으로 국립기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태세다. 이쯤 되면 이번 사건은 '진실 게임'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국립검역원은 사태가 확산되자 "이미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해진 기준을 초과한 이상 신속히 이를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매일유업과 검역원은 역할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식중독균' 발표를 둘러싼 절차상 견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새벽 4시의 '깜짝 발표'보다 해당업체에 먼저 소명과 대응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 문제가 아니다. 먹거리는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다. 특히 신생아를 위한 분유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명확한 결과부터 밝혀 소비자 혼란과 불안을 덜어내야 한다. 우선 검역원은 해당 업체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매일유업도 이번 사태를 매번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요즘 유행어인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를 양측 모두 되새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