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주식시장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기 시작한건 오전 11시경이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가 손상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30분쯤 뒤 메신저 하나가 날아 들었다.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한반도 남부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일본과 한국에 거주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철수권유를 했다"며 "당분간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방의 방문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비슷한 내용의 메신저들이 추가됐다.
시장은 무섭게 고꾸라지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본 대지진의 충격이 원전 사고를 통해 '공포'로 확장되면서 끄떡없는 제방으로 여겨졌던 지수 1900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기도 했다.
물론 루머 탓만은 아닐터이다.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는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지난 금요일 코스피 시장 거래량은 2억6700만주 수준까지 떨어졌다. 3월 이후 평균 코스피 시장 거래량 6억1400만주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그만큼 충격에 약할 수 밖에 없었다.
기반이 튼튼했다면 말 그대로 루머로 끝났을 사안이었지만, 이처럼 취약해진 심리 탓에 시장은 순식간에 패닉으로 빠져들었다. 시장이 출렁이면 루머의 위력은 더 커진다.
그럴싸한 루머가 돌면서 시장을 더욱 뒤흔드는 경우가 이번만은 아니다. 그래서 단순한 `장난`이라고만 보기에는 도를 넘었다는 말이 나올수 밖에 없다.
이날 행사가격 260의 풋옵션은 94.4% 상승한 10.50으로 마감했다. 유사한 행사가격 수준을 가진 풋옵션의 수익률도 비슷했다. 11시를 전후해 풋옵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기 시작한 것도 유사하다.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얻는 풋옵션을 매수해둔 세력이 루머의 배경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물론 풋옵션을 매수해놓고 루머를 퍼뜨리는 치졸한 짓을 실행에 옮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게 상식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영화속 장면같은 쓰나미가 실제로 도시를 덮치듯, 시장에서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글로벌 증권사인 도이치가 '11·11 옵션사태'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걸 누가 상상했겠는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신종 불공정 거래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상식에 대한 의심을 풀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