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약 만지지도 않았는데 '쥐약중독'.."간질환자 주의"

쥐약 만지지도 않았는데 '쥐약중독'.."간질환자 주의"

최은미 기자
2011.04.22 15:27

경희의료원

자신도 모르게 쥐약을 만졌거나 흡입한 것만으로 '쥐약중독'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사례가 확인됐다.

경희의료원은 1개월 전부터 코피와 혈뇨가 있었다는 50대 남성이 심각한 혈복강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했다고 22일 밝혔다. 혈복강은 출혈로 인해 복강 내에 피가 고이는 것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교통사고 등의 외상이며, 내부 장기에 존재하는 암이나 낭종 등의 파열로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환자는 출혈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행된 약 15가지의 혈액응고검사가 모두 심각한 정도의 이상 소견을 나타낸 반면, 특이할 만한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비롯한 외상을 당한 일도 없었다고 했다.

의료진이 최종적으로 혈액 내에서 쥐약성분(슈퍼와파린)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혈액 내에서 슈퍼와파린이 검출돼 즉각적으로 이에 대한 치료가 시행되었고 이후 환자의 혈복강과 혈액응고검사 이상이 정상화됐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환자가 쥐약을 취급한 적도 본적도 없다는 것이다.

쥐약의 주성분인 슈퍼와파린을 사람이 다량 섭취하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하지만 자신이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극미량에 노출된 것이 건강한 사람에게 큰 위협이 될 거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따라서 이 남성 환자와 같은 중독 증상이 보편적인 일은 아니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 와관련 슈퍼와파린은 피를 묽게 하는 방식으로 쥐를 죽인다.

하지만 기존에 간질환을 가지고 있어 간의 해독능력이 저하된 상태의 환자일 경우 매우 긴 반감기(수개월)를 특징으로 하는 슈퍼와파린의 작용이 장기화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 환자도 간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항진균제를 복용하고 있었던 것이 미량의 슈퍼와파린을 통한 중독 증상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병원 측은 보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쥐약 성분을 섭취한 것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원 측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쥐약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는 점을 감안 귀가한 후 반드시 손과 얼굴을 씻는 것이 혹시 모를 쥐약 노출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며 "간질환 환자라면 쥐약을 직접 취급하는 것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쥐약을 다뤄야 하는 경우에는 장갑이나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섭취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슈퍼와파린 중독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 현재까지 국내외 사례를 포함해 16건이 확인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