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무 협상 타결, 이념논쟁은 더 격렬해질 듯

美 채무 협상 타결, 이념논쟁은 더 격렬해질 듯

권성희 기자
2011.08.01 16:13

(종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이 몇 주일간의 씨름 끝에 채무한도를 최대 2조4000억달러로 올리고 재정지출도 향후 10년간 같은 규모로 감축하는 내용의 협상 타결안을 마련했다.

이 협상안이 1일 하원과 상원을 통과하면 미국은 2일까지 채무한도를 올리지 못할 경우 우려됐던 디폴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협상안은 채무한도와 재정적자 감축이 연계된 2단계 접근법으로 구성돼 있어 올해 말까지 미국은 예산과 증세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이 마련한 합의안은 채무한도를 일단 9000억달러 올리고 재정지출은 향후 10년간 국방비 3500억달러를 포함해 총 9170억달러를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각 6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향후 10년간 재정지출을 1조5000억달러 추가 삭감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복지 예산 삭감과 세금 인상도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다.

특별위원회가 오는 11월23일까지 1조5000억달러의 재정지출 감축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특별위원회이 합의안을 마련해도 상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미 의회 지도자들이 타결한 1조2000억달러의 재정지출 감축안이 자동적으로 시행된다.

이 1조2000억달러의 재정지출 감축안 가운데 절반은 국방비 절감으로, 절반은 의료인에게 지급하는 노인 의료보험(메디케어) 등 비국방비 예산 삭감으로 구성돼 있다. 1조2000억달러 재정지출 감축안에는 공화당이 반대해온 증세와 민주당이 반발해온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 복지지출 삭감이 포함돼 있지 않다.

2단계 채무한도 증액은 추가 재정지출 감축안과 연계돼 이뤄진다. 추가 재정적자 감축안이 1조5000억달러로 확정되면 채무한도도 1조5000억달러 더 올라가고 이미 마련된 1조2000억달러의 재정지출 감축안이 시행되면 채무한도도 1조2000억달러만 추가 상향되게 된다.

2단계 채무한도 증액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하도록 했으며 의회에서는 이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거부권은 상하원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지지해야 통과되기 때문에 2단계 채무한도 증액이 무산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혼란이 있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합의안 마련으로 채무한도의 암운과 경제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이 걷히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콘퍼런스 콜에서 "합의안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없고 이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우리가 채무한도의 조건을 얼마나 많이 바꿨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좀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합의안을 살펴보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지지할 수 있는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이 조직적으로 지지를 표명하면 하원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더 과감한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설득이다.

아울러 중기적으로도 정치권의 갈등이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 이번 합의안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 추가 논의를 필요로 하고 있어 앞으로 수개월간 정계를 중심으로 미국 사회는 정부 예산을 둘러싼 이념 논쟁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의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회복지 지출을 줄여야 하는지, 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채무한도, 즉 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국채의 총 발행한도를 법률 개정 사항으로 못 박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채무한도 증액이 의회의 일상적인 업무처럼 무난하게 이뤄져왔으나 이번에는 매년 급속히 늘어나는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재정적자 감축이 핵심 정치 이슈로 등장하면서 협상이 어느 때보다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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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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