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블랙먼데이가 얼마나 기록적이었는지 쓰는 것만으로도 컴퓨터 한 화면을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비관적인 소식이 쏟아진 '악몽'의 장세였다.
2008년 이후 최대 패닉이라던 지난 한주간 다우지수 낙폭이 698포인트였다. 이날 다우지수는 635포인트, 5.5% 떨어져 지난 한주간 낙폭에 맞먹는 하락세를 이날 단 하루 동안 연출했다. 지난 금요일 아시아 증시를 급락시켰던 지난 4일 낙폭을 능가한 것은 물론이다.
이날 하루 하락세는 지난 2008년 12월1일 다우지수가 680포인트, 7.7% 폭락한 이후 낙폭으로나 비율로나 최대다. 다우지수는 이날 1만809.85로 마감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1000선 밑에서 마감했다.
S&P500 지수가 80포인트, 6.7% 급락하며 111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10일 이후 최저치다. 금융주가 10개 업종주 가운데 10% 이상 떨어지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주는 올들어 낙폭이 20%를 넘어섰다.
특히 이날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AIG가 모기지 보증 채권으로 입은 손실과 관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20.3% 폭락한 6.51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장이 마감한 다음 S&P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 은행에 타격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불안 해소에 나서야 했다.
이외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에너지주가 8.3% 하락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7% 이상 급락하며 81.31달러로 정규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175포인트, 6.9% 급락했다. 지난해 10월4일 이후 최저치다. 나스닥지수나 S&P500 지수나 2008년 12월1일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2008년 12월1일은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의 공황(패닉)성 투매가 극에 달하며 증시 낙폭이 최절정에 달했던 '투항(Capitulation)'의 날이었다. 증시 바닥은 그 날로부터 3개월 가량 지난 2009년 3월에 마련됐다.
두려움이 고조되며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16포인트, 50% 폭등한 48을 나타내며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한 때 VIX는 50까지 넘어섰다. 통상 VIX가 30을 넘어서면 증시가 공포의 단계에 들어갔다고 판단한다.
65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노던 트러스트의 주식 운용 대표인 매튜 퍼론은 "지난주 경험한 것보다 더 무질서한 매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VIX를 근거로 할 때 증시는 패닉 모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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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M 파이낸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이클 셸던은 "미국 국채에 대한 등급 강등이 오늘 폭락의 촉매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패닉의 이유는 아니다"라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장이 개장하기 전에 지난주 폭락으로 악재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개장 직후부터 지난 주말 저점을 하회하자 투자자들은 증권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매물을 쏟아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은 보고서에서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매우 나쁜 초기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팔자'가 쇄도하며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NYSE 아멕스, 나스닥시장의 거래량은 178억9000만주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6일 '플래시 붕괴'가 있었던 날 이후 최대다. 이날 거래량은 올들어 일평균 거래량을 2.5배 가량 뛰어넘는 수준이다. NYSE의 거래량은 92억9000만주로 다우존스에 따르면 역사상 4번째로 많았다.
이날 막판 1시간 동안 폭풍 매물이 쏟아지며 장 중 최저점이 깨졌다는 점도 불길하다. 나이트 캐피탈의 수석 주식 트레이더인 조셉 마젤라는 "정말 공포스러운 하루였다"며 "이날 장 중 저점을 지지선으로 봤는데 저점 밑에서 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 중 저점이 막판에 깨지는 패턴을 매우 싫어하는데 이는 다음날까지 약세가 이어진다는 예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달만 로즈의 글로벌 주식 매매 대표인 글렌 스타크만은 "오후 2시15분부터 공매도가 대거 밀려 들었다"며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많았다"고 전했다.
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제임스 폴슨은 "아무 이슈도 없는데 이렇게 떨어졌다 그야말로 패닉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뭐가 나오든 이제 중요하지 않다"며 투자자들이 팔고 보자는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만으로 지난주에 이어 이처럼 폭락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블랙먼데이로 MSCI 월드 지수의 시가총액은 지난주말 26조4200억달러에서 하루에 1조3500억달러가 날아갔다. S&P500 지수에서만 시가총액이 7293억달러가 사라졌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나 유럽이나 정부다.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7월31일 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한지 9일만에 다시 백악관 연단에 섰다. 미국 경제는 괜찮으며 정치적 협상 과정의 문제 때문에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시장은 냉담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지만 양국 국채수익률만 조금 떨어졌을 뿐 유럽 증시는 급락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철저하게 깨졌다.
스트럭처드 애셋 매니지먼트의 금융 자문가 윌리엄 서플리는 "고객들이 대부분 이번 패닉의 원인으로 신뢰 훼손을 지목하며 정부를 탓하고 있다"며 "정부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투매의 원인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