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엔 환율 상승으로 엔화 부채 부담 증가
- 포스코 2조원대 엔화 부채
- "원/엔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는 달러화 대비 오히려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로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원/엔 환율의 추가 상승으로 이 같은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9일 오후 3시 기준으로 국제외환시장에서 원/100엔 환율은 1406.4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원/100엔 환율 1328.7원 대비 5.8% 오른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평균 1156.0원에서 1088.1원으로 6% 떨어지는데 그쳤지만, 엔/달러 환율은 작년 평균 87.0엔에서 77.4엔으로 11%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 하락을 예상한 자금들이 상대적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면서 빚어진 결과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채권) 등을 통해 엔화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은 앉은 자리에서 더 큰 원리금 부담을 떠안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발행한 사무라이본드의 규모는 2400억엔에 달했다. 2007년 이후 최대 수치다. 이는 지난해 평균 환율 기준으로 3조1889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날 종가 환율 기준으로는 3조3754억원이다. 원금 부담만 1865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포스코, 대한항공, KT 등 엔화부채를 가진 기업들이 이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 1749억엔의 엔화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환율 기준으로 2조3239억원이었던 엔화 부채 원금은 이날 2조4598억원으로 1359억원 늘어났다.
지난 2006년 발행된 5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와 2008년 발행된 500억엔 어치의 사무라이 사모사채의 원금은 각각 6644억원에서 7032억원으로 388억원 증가했다. 특히 2006년에는 연평균 원/100엔 환율이 820원 수준으로 낮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실제 부담 증가폭은 더욱 크다. 2008년 발행된 200억엔 규모의 엔화 변동금리부채권(FRN) 원금도 2657억원에서 2813억원으로 156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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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의 엔화 부채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616억엔에 달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로 8185억원이었던 원금 부담은 현재 8663억원으로 478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350억엔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KT도 그동안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화는 금, 스위스프랑에 이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의 재정상태를 볼 때 당분간 엔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어 "통상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와 엔화 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원/엔 환율의 변동성은 특히 큰 편"이라며 "향후 원/엔 환율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